코로나19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조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던져진 큰 도전이다. 이번 추경의 목표는 이렇듯 갑자기 다가온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및 공급의 동시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공급 충격은 국내외 부품이나 원자재의 원활한 공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집단감염으로 공장이나 물류센터가 폐쇄됨으로써 오는 충격이며, 수요 충격은 실직으로 인한 소득 감소로부터 오는 내생적인 충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구매에 제약이 발생함으로써 오는 충격이다.
이번에 국회에 제출한 3차 추경은 ‘새로운 사회협약’의 기본적인 틀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1930년대 대공황 때 미국에서 추진한 바 있는 ‘뉴딜’ 정책과 성격이 유사한 점이 많다. 미국의 뉴딜정책으로 국민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기 시작하였고, 이를 주창한 학자의 이름을 딴 이른바 ‘케인스 경제학’이 이후 각광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 성과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 평가가 엇갈리니 만큼 추진 방향이나 수단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1차 추경(11.7조 원) 및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12.2조 원)과 달리 3차 추경에는 고용·사회안전망 강화(9.4조 원), 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한 금융대책(5조 원)과 세수 부족을 메꾸기 위한 세입경정(11.4조 원) 외에도 한국형 뉴딜인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위한 예산(5.1조 원)과 추가적인 내수·수출 활성화 예산(3.7조 원)이 들어가 있는 등 포괄적인 사회협약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국민경제는 그 규모나 세계시장에서의 위치, 그리고 당해 통화의 국제화 정도에 따라 운용방법이 달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주식시장 약 30%, 국채시장 약 10%로 국채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낮은 외국인 비중으로 안심되는 측면과 반대로 원화 국제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불안요인 또한 있다. 태국 바트화에 대한 불안으로 촉발된 외국인 투자의 급속한 유출로 인한 충격이 우리에게까지 전염된 1997년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의 내핍 운영으로 우리 재정은 여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견실한 편이다. 그러나 우리 통화가 국제화된 통화가 아니고 국가채무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재정 지출에 신중이 요구된다. 정치적인 포퓰리즘에 함몰되어 경제 운용의 기본원리를 무시하여 몰락한 최근의 베네수엘라와 1980년대의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는 물론 2012년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결국 이들 국가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게 부족했던 사회안전망 구축과 재정 지출로 국민경제를 위난에서 건져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코로나 이전부터 경쟁력이 없었던 기업이나 구제불능의 산업이 무임승차하거나, 저금리로 푼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어 젊은이들을 좌절에 빠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위난 구제에 필요한 경우에는 예산을 지원해야 하지만 예산 지원 없이도 기업 혁신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혁파하고, 구제 제도의 정비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면 우리의 새로운 사회협약도 무리 없는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