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투자심리에 국내 증시가 신뢰를 잃으면서 3년 4개월만에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전일에 이어 역대 4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유래 없는 폭락에 코스피시장은 서킷브레이커가 잘못 발동돼 낙폭이 확대되는 등 '패닉'이 시장을 지배한 하루였다.
24일 코스피지수는 미국 증시가 혼조세를 보였다는 소식에 소폭 상승 출발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지속되는 매도 공세와 급등세를 이어간 원·달러 환율, 꼬인 수급과 얼어 붙은 투자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내 하락 반전했고 오전 11시 24분에 40개월만에 1000선이 붕괴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을 키웠다.
이후 '패닉'이 시장을 지배하며 이날 매수에 나섰던 개인이 매도세로 전환, 수급상황은 더욱 악화돼 오후 2시 20분에는 장중 925.57까지 밀리는 등 지난 2000년 4월17일과 2001년 9월12일 이후 역대 3번째로 높은 하락률 및 하락폭을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2808억원 어치의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 급락을 주도했고, 이날 1000억원이 넘게 순매수했던 개인도 '패닉'을 이기지 못하고 78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반면 기관은 장 후반 3408억원 순매수하며 낙폭을 축소시켰다.
코스닥시장 역시 '패닉'이 시장을 지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코스닥시장은 전일에 이어 이날 오후 1시 16분 사상 4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으며, 개인은 전일에 이어 패닉성 물량을 188억원 어치 팔아치웠다.
이날의 급락으로 양 시장 시가총액은 전일대비 61조1481억원이 감소한 519조8321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환율은 나흘째 급등하며 전일보다 15.2원 오른 1424.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 출발한 이후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장중 1465.00원까지 치솟는 등 주식시장 급락에 영향을 받는 듯 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개입으로 추측되는 물량이 들어오면서 오름세를 다소 줄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날 주식시장의 폭락은 기본적으로 신뢰의 문제로 이제는 더 이상 못믿겠다는 의식이 팽배해진 것 같다"며 "그 외에는 폭락 사태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국내 증시가 해외증시와는 달리 폭락한 것은 금융위기가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오고 있다는 소식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유동성 문제가 해결이 안되고 꼬인 수급과 ELS청산, 펀드 환매들이 시장 하락을 부추겨 타 국가의 주식시장보다 급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주에 미국에서 기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얘기들이 있는데, 이것 역시 현 시장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현 상황이 미국의 금리가 충분히 낮지 않아서 심화된 것도 아니기에 미국과 국내 상황은 별개의 문제로 놓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