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급속도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저금리,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16조5544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8685억 원 급증했다.
신용대출은 올해 3월 한 달간 2조2408억 원 늘며 역대급 증가세를 보였다. 4월에는 4975억 원 늘며 잠시 주춤하는 듯하다가 5월 1조689억 원으로 다시 크게 증가하더니, 6월에는 3월의 증가폭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이 전달보다 223억 원, 전세자금대출이 7037억 원 각각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신용대출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처럼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은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일부 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통해 주택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저금리로 대출 문턱이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5월 기준 이들 5개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2.92∼3.35%로, 작년 12월 3.25∼3.79%였던 것에 비하면 0.33∼0.44%포인트 낮아졌다.
신용대출 뿐만이 아니다. 은행권 가계대출만 한정해서 보면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이 시차를 두고 돌아가면서 급증하고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 1월에는 연초 상여금 등 계절적인 요인과 ‘12·16 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으로 6000억 원대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2월부터 다시 크게 늘었다.
1월에는 전달 대비 감소했던 신용대출은 2월부터 증가세가 두드러졌고, 부동산 규제 속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은 3∼4월에 각각 4조 원대가 급증했다.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세자금대출도 2∼4월에 매달 2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은행권에서는 3월부터 한시적으로 적용된 대출 상환 유예 조치 등이 끝나면 부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당국의 대출 확대 독려 등으로 대출을 쉽게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심상치 않은 증가세를 주시하고 있다”며 “대출 유예 등이 끝나는 9월부터 그 여파가 본격화한다고 보면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