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대출 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나서면서 무주택자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갭투자를 막기 위한 규제지만, 전세를 살면서 매매를 노리는 방법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6·17 대책 가운데 대출 규제는 크게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전세자금대출 회수’로 나눌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기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9억 원 초과 주택 구입 시 기존 1~2년 내 전입에서 6개월 이내 전입으로 바뀌었다. 전세대출 회수 기준은 더 강화됐다. 기존 9억 초과 주택 구입에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초과 구입 시로 상향됐다.
정부의 이같은 대출 규제 상향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급증세를 잡기 위한 포석이다. 19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총 858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약 45조 원 증가했다. 집값이 급등한 2016~2018년은 해마다 각각 75조 원과 50조 원씩 늘었다. 이후 2018~2019년 31조 원 늘어나 주춤했지만,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전세대출이 급증한 것도 대출 규제 강화에 영향을 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은행권의 전세대출 증가액은 3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5개월(2018년 11월) 만에 최대 규모다. 3월에도 약 3조 원 증가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신한과 국민, 하나, NH농협, 우리 등 5대 은행 전세대출 역시 두 달 연속 2조 원 이상 늘었는데 이는 2016년 이후 첫 사례다.
문제는 무주택 실수요자다. 전셋집에 전세대출을 받아 거주하던 무주택자가 다른 집을 갭투자 한 뒤 자금을 모아 그 집을 보유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새 전세대출 회수 기준인 3억 원 주택은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전세대출이 막히면 오히려 신용대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2·16 대책으로 강력한 대출규제가 시행된 이후 지난 2월 말 기준 주요 은행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1조 원 이상 증가한 사례가 관측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투기성 갭투자를 막기 위한 만큼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전날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중저가 주택으로 갭투자가 유입돼 서민 중산층과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전세대출 강화 내용의 예외 조항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