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반도체 사장단과 미래전략을 점검했다. 지난 15일 회의를 진행한 이후 불과 4일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자칫하다간 중국에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장단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기남 DS부문 부회장을 비롯해 진교영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강호규 반도체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 로드맵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 개발 현황 △설비 및 소재ㆍ공정기술 등에 대한 중장기 전략 △글로벌 반도체 산업환경 변화 및 포스트 코로나 대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연이어 반도체 사장단과 간담회를 연 것은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은 현지 당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 중국 양쯔메모리(YMTC)는 4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인 128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연내 17나노(㎚)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창신메모리가 계획을 실행할 경우 삼성전자와의 기술 수준은 3년으로 좁혀진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자리에서 현재를 ‘가혹한 위기상황’이라 규정하면서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중국과 격차를 벌리기 위해 수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1일에는 평택캠퍼스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7조~9조 원 규모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중국 산시성에 있는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EUV(극자외선)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중국 반도체 업체 간 기술 격차는 상당하지만, 중국의 개발 속도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며 "이런 위기감 때문에 삼성전자가 유례 없는 투자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국내 주요 사업장의 안전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환경안전팀장들을 소집해 안전한 환경 구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환경 안전 분야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기반이다"며 "기술과 안전, 환경 모두에서 진정한 초일류가 될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