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여수 산업단지에 있는 PA(무수프탈산) 공장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사업을 접는 수순이다.
21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이달 초 PA 공장 철수를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노동조합 등 관계자들에 통보했다. 이 공장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다른 곳으로 분산배치할 계획이다.
최근 PA 업황 악화에 더해 최근 환경 안전 이슈를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LG화학은 공장 철수 배경으로 "환경적 측면과 장기 경쟁력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산 5만 톤(t) 정도다. 생산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LG화학의 국내ㆍ외 사업장을 통틀어 PA를 생산하는 시설은 이곳이 유일하다. PA 사업 자체를 접으려는 모양새다.
PA란 나프탈렌 또는 OX(오쏘자일렌)를 기체상에서 산화해 만드는 물질이다. 주로 가소제(DOP)의 원료로 쓰인다. DOP는 플라스틱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첨가제로, PVC(폴리염화비닐) 수지에 주로 적용한다.
PA 업황은 2018년 이후 악화일로다.
중국에서 PA 생산을 확대하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실제로 2018년 5월 이후 PA와 원료인 OX의 가격 차이(스프레드)는 감소세다. 한마디로 PA를 팔고 수중에 남는 돈이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DOP에서 환경호르몬 문제가 불거진 것도 악재였다. 원료인 PA도 덩달아 발목이 잡혔다.
최근 LG화학이 잇따른 사고 이후 환경 안전에 신경을 쓰는 만큼, 이런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PA 사업성이 안 좋아지면서 LG화학이 발을 뺄 것이라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최근 환경 안전이 이슈로 부각된 만큼, 이 김에 철수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인도 가스유출, 대산공장 촉매센터 폭발 등 연이은 사고 이후 LG화학은 △국내외 설비 긴급 및 정밀 진단 △문제시 조치ㆍ가동 중단 △안전 확보되지 않은 투자 원천 차단 시스템 구축 △글로벌 톱 수준의 환경안전 기준 정립 △월 2회 CEO 주관 특별경영회의 △인력 확보, 조직 재정비 등을 핵심으로 한 환경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PA를 비롯해 DOP 등 가소제를 주력 사업으로 삼은 애경유화도 최근 바이오에너지 사업, 폴리우레탄, 음극 소재, 태양광발전사업 등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PA 공장은 현재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통상 원료ㆍ제품 수급에 따라 전략적인 사업운영과 사업 합리화 정책 등은 상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