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수석대표 만나 대응 논의…정부ㆍ여당 해법찾기 고심
북한 매체는 18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이틀 만에 더 강력한 추가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연락사무소 폭파는) 첫 시작에 불과하다”며 “연속 터져 나올 정의의 폭음은 사태의 추이를 놓고 떠들어대는 자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우리 군대의 자제력은 한계를 넘어섰다”며 “구체적인 군사행동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는 군대의 발표를 신중히 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이 실제로 ‘군사 행동’에 나설 조짐이 포착됐다.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비어 있던 일부 ‘민경초소’에 경계병력이 투입됐다. 민경초소란 정전협정에 따라 DMZ 출입이 허가된 군인(북한군의 경우 ‘민경대’)이 제한적으로 출입하는 감시초소를 말한다. 그간 북한군의 민경초소에는 경계병이 상주하지 않는 곳이 많았는데, 전날 오후부터는 비어 있던 여러 초소에 경계병으로 추정되는 군인이 투입된 것으로 관측됐다. 군 당국은 북한군 총참모부가 전날 예고한 4대 조치 일환인지, 최전방지역에 하달된 1호 전투근무체계 방식에 따른 것인지를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대 조치는 △금강산 관광지구·개성공업지구 연대급 부대·화력구분대 배치 △비무장지대(DMZ) 민경초소(감시초소·GP) 재진출 △최전방지역 1호 전투근무체계 격상 △대남삐라(전단) 살포 보장 등 네 가지 군사행동을 말한다.
파국에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고자 정부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보내 대응 논의를 시작했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한 이 본부장은 18일 대북특별대표를 겸직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한편 남북경협문제 등 공조·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간 한국과 미국은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인식에 차이를 보여 남북경협 사업이 제대로 진전되지 못했다.
이번 사태로 양국은 모두 한반도 정세의 추가적인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앞으로 미국이 남북경협에 대한 진전된 입장이 나올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한다. 실제 전날 미국 국무부는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남북협력이 비핵화 진전과 발맞춰 진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보다 유연하다는 평가다.
정치권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남북관계 악화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 측 외교·안보 관계자들을 불러 긴급 당정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도발 행위에 대한 성토와 함께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소극적 대북정책에 대한 공개적인 질타도 나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북한을 향해 “우리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자존감을 모독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외교 사안을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위협 발언을 이어가는 것 역시 금도를 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번 사태의 해결책이 대화에 있다고 강조하며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정부의 대북정책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거창한 쇼’로 지칭한 뒤 “국민의 기대가 부풀려졌지만, 연락사무소 폭파와 함께 불신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외교 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다“며 ”현재 외교가 제로 상태“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