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이 휘몰아쳤던 인천 청약시장이 6·17 부동산 대책으로 바짝 움츠러들 가능성이 커졌다. 인천지역 대부분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데다 1순위 청약 조건도 까다로워져서다. 인천 청약시장을 노리던 수요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강화군와 옹진군을 제외한 인천 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중ㆍ동ㆍ미추홀ㆍ부평ㆍ계양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연수ㆍ남동ㆍ서구는 규제 강도가 더 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인천에서도 주택시장 과열이 다소 심각하다고 판단한 곳들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는게 국토부 설명이다. 이번 규제는 19일부터 본격 적용된다.
시장에선 인천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될 가능성에 대해선 어느 정도 예측했지만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부평구 H공인 관계자는 "규제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워낙 많아 예상은 했지만, 연수구나 남동구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건 의외"라며 "살아나던 검단신도시는 다시 분위기가 꺼질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고 당혹스러워 했다.
그간 인천은 규제 무풍지대였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12·16 대책과 올해 2·20 대책을 통해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어 압박하면서 최근 '규제 청정지역'의 장점이 크게 부각됐다. 실제 인천은 주택이 있어도 1순위 청약에 나설 수 있고, 분양권 전매 제한도 6개월로 짧았다.
이에 지난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인천 서구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1·2단지는 3134가구 공급에 해당지역과 기타지역을 합해 총 8만4730개의 청약통장을 끌어모았다. 부평구에서 나온 부평SK해모로는 청약경쟁률이 평균 105.3대1, 최고 196대1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선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분양권 전매 강화 규제를 앞두고 막차를 타려는 수요자들로 청약시장이 더 들끓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에서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청약 흥행에 성공하거나 부평에서 나온 단지들이 세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건 풍선효과의 힘이 아니고선 설명하기 어렵다"며 "이번 규제로 투자 수요의 움직임은 일단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6·17 대책 효력이 당장 19일부터 적용되면서 이날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신규 분양아파트는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전매가 불가능해진다. 통상 소유권 이전 등기 시점이 입주 때인 점을 감안하면 분양권 거래 자체가 사실상 금지되는 것이다. 지난달 정부가 오는 8월부터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과 광역시에선 전매를 제한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대책으로 시행 시기가 거의 한 달여 정도 앞당겨진 셈이다.
시장에선 분양권 전매를 노린 가수요가 걷히면 청약시장 거품이 빠져 실수요자의 당첨 기회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실수요자들의 움직임 역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민영주택 1순위에 청약하기 위해선 청약통장 가입 후 2년이 경과해야 하고, 세대 내 5년 이내에 새 아파트 당첨 이력이 없어야 하는 등 청약 자격 요건이 한층 더 까다로워진다. 민영주택 청약 가점제 비율도 전용면적 85㎡ 이하의 경우 75%까지 늘어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청약 가수요가 걷히면서 규모가 작거나 입지가 애매한 단지는 미분양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청약 조건도 까다로워져 실수요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선 올해 말까지 23개 아파트 단지가 분양시장에 쏟아진다. 조정대상지역에선 미추홀구 주안동 '주안 파크자이 더플래티넘'(2054가구)를 비롯해 △부평구 삼산동 '브라운스톤부평'(726가구) △계양구 '인천 계양 코오롱하늘채'(546가구) △중구 운남동 '운서2차SK뷰스카이시티'(909가구) 등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연수구 선학동 '한화 포레나 인천연수'(886가구) △서구 가좌동 '가재울역 트루엘 에코시티'(1218가구)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우미린'(1234가구) 등이 대기 중이다.
연수구 송도 일대 A공인 측은 "인천 전역이 이번 대책으로 인해 단 며칠 만에 청약조건이나 대출, 전매 등이 확 갈린 만큼 막차를 탄 수요자들은 웃겠지만, 신규 분양 단지를 기다리던 예비청약자나 1순위 요건이 안 되는 대기 수요자들은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