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케이블TV 3~5위 업체들이 모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서 이동통신 3사가 ‘유료방송 인수 2차전’을 치르게 됐다. 이통 3사가 복수의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 여력에도 관심이 커진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HCN을 시작으로 딜라이브와 CMB의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HCN 예비입찰에는 이통 3사가 모두 참여했으며 딜라이브에도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이들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원매자들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에 인수 의지뿐만 아니라 재무여력도 관심이다.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재무여력은 LG유플러스가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다. LG유플러스의 현금성자산은 3월 말 기준 3946억 원이다. LG유플러스는 앞서 CJ헬로비전을 8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현금을 대거 지출한 바 있다. KT와 SK텔레콤은 1조 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해 비교적 여유롭다. KT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6270억 원, SK텔레콤은 1조1177억 원이다. 다만 이통 3사 모두 올 1분기 현금성자산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설 투자와 인수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채비율은 SK텔레콤이 올해 3월 말 연결기준 96.6%로 이통 3사 중 가장 낮다. 총차입금은 11조6490억 원으로 가장 많으나 자기자본이 22조 원 이상인 덕분이다. KT는 부채비율이 116.7%로 SK텔레콤보다 높으나 총차입금이 7조9848억 원, 순차입금이 5조4349억 원으로 SK텔레콤보다 오히려 적다. KT의 순차입금/EBITDA는 1.0배로 이통 3사 중 가장 우수한 편이다. LG유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46.7%, 총차입금은 6조1009억 원이다. 순차입금/EBITDA는 1.7배로 KT보다 높으나 SK텔레콤의 1.8배보다는 낮다.
KT와 SK텔레콤은 국내 민간기업 중 가장 높은 ‘AAA’ 등급을 보유해 자금 조달 능력도 충분하다. KT는 최근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조4500억 원의 매수주문이 몰리기도 했다. 국내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신용도가 AAA인 민간기업은 KT와 SK텔레콤 정도다. 다만 SK텔레콤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부정적’ 전망을 부여받았다. 무디스는 SK텔레콤의 차입금 증가 억제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음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동종업계 매물이 여럿 나온 가운데 재무여력을 기반으로 원매자 간 가격 눈치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몸값이 높은 곳은 딜라이브로 9000억 원가량이다. 매각을 주도하는 딜라이브 채권단은 앞서 1조 원 이상을 요구해왔으나 최근 딜라이브의 기업가치를 9000억 원 수준으로 낮췄다. 현대HCN은 5000억~6000억 원 사이로 알려졌다. 재무구조는 현대HCN이 가장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