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약통장 가입자 수 증가폭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 강화로 '로또 분양'에 대한 기대감가 커진데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공급 부족 우려 속에 서둘러 청약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16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의 주택청약종합저축(이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599만8595명을 기록했다. 4월 가입자 수(597만1446명)보다 2만7149명 늘어난 수치로 올 들어 월별 최대 증가폭이다.
올해 서울 청약통장 가입자 수 증가폭은 매월 꾸준히 확대됐다. 1월과 2월 각각 1만5043명, 1만5920명 늘었던 가입자수는 3월(1만8926명) 2만명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이후 4월 증가폭은 2만3212명으로 확대된 뒤 5월 증가폭은 3만 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잠재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청약통장 새 가입자 증가폭이 날로 커지는 건 HUG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낮게 나오는 로또 분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서다. 청약시장에선 '청약 당첨이 곧 로또'라는 인식이 이미 팽배하다. 기존 아파트값이 너무 뛰어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대출 규제와 자금 출처 조사 등으로 집을 사는 과정이 까다로워진 점도 청약시장 쏠림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새 아파트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청약 과열의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올들어 서울에서 나온 새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99.3대 1로 100대 1수준에 육박한다.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올해 서울에서 청약을 진행한 아파트는 모두 8곳이다. 가장 먼저 분양시장에 나왔던 강남구 개포동 개포프레지던스 자이(옛 개포 4단지)가 65.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3월에 나온 강서구 마곡동의 마곡지구 9단지(공공분양아파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경쟁률이 147대 1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세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마곡9단지를 비롯해 서초구 잠원동 르엘신반포(신반포14차 재건축 아파트)와 르엘신반포파크애비뉴(신반포13차 재건축 아파트), 양천구 신정동 호반써밋목동(신정2-2구역 재개발 아파트) 등 모두 4곳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서울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방안 역시 청약통장 가입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정부는 오는 2022년 이후 공공기관 소유 부지와 공유지를 활용한 신규 공급과 공공재개발 활성화(4만 가구) 등으로 서울에 총 7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여기엔 서울 금싸라기 땅인 용산역 철도정비창(8000가구) 개발 방안도 포함됐다. 정비창부지에선 민간분양 4000가구, 공공분양 1600가구 등이 나올 예정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용산 정비창 부지 등 유휴부지를 활용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한데다 3기 신도시 조기 공급을 예고하면서 청약통장에 미리 가입하려는 수요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젊은층들이 서울 알짜 부지에서 나오는 새 아파트를 노려보려고 발빠르게 움직인 영향으로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