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연이은 금융사들의 항명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 등이 겹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2년 전 취임식에서 윤 원장이 지적했던 금감원의 대외적 평가도 제자리 걸음이다.
당시 윤 원장은 금감원에 대해 “외부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국가 위험 관리라는 금융감독 본연의 역할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스스로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한 채 금융시장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개혁을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금융 시장과 금융산업에서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임기 내내 외풍에 시달리며 금감원장 교체설이 난무했다. 일단 청와대가 윤 원장의 교체를 미루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조직이 안팎으로 뒤숭숭하다.
윤 원장을 향한 외풍은 거셌다. 시작은 대규모 손실을 불러온 DLF,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잇단 금융사고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이었다. 연이은 금융사고에 금감원의 관리 감독이 미흡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에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부랴부랴 제재안을 내놨지만, 사고를 친 은행들은 금감원 제재에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금감원은 DLF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 중징계 문책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해당 은행이 반발하며 행정소송에 나섰다. 피감기관인 은행들이 항명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금감원은 체면을 구겨야 했다.
취임 초부터 윤 원장이 강력하게 밀어붙인 키코 분쟁조정 문제도 우리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회사가 보상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금융사에 백기를 들었다.
외풍의 정점은 청와대의 금감원 감찰 과정이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올해 2월부터 4개월에 걸쳐 윤석헌 금감원장과 금감원 간부 등을 대상으로 특별감찰반을 편성, 감찰을 벌였다. 민정수석실은 DLF 불완전판매, 우리은행의 비밀번호 도용, 하나은행 중국법인의 대규모 손실, 우리은행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건 관련 금감원 검사 과정을 조사했다. 더불어 윤 원장과 간부들에 대한 개인 감찰도 함께 진행했다.
이 와중에 청와대의 감찰 사실과 특정 임원에 대한 실명, 징계 권고 등 기밀 사안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논란이 됐다. 금융권 전반에서는 민정수석실의 감찰 배경을 두고 금감원 제재를 받은 은행이 청와대에 투서를 넣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금융권에서는 윤 원장에 대한 비판을 공공연하게 일삼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치금융이 결국 금감원의 중립성·자율성 침해하는 결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금융감독 본연 역할을 위축할 수 있는 중대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관료 출신인 윤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의 바탕을 마련한 대표적 진보성향 학자였다.
윤 원장은 과거 김태동, 이동걸 등 경영·경제학과 교수들과 함께 집필한 ‘비정상 경제회담’이라는 저서에서 관료제에 대해 “관료제의 권한이 책임보다 훨씬 커 보인다. 큰 권한을 가지고 특히 정책에 막중한 영향력 행사하는데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며 “의사결정해놓고 자기들(관료)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이게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포스단말기, 맴버십가맹점 해킹 문제가 경찰과의 마찰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6월 하나은행 전산망 해킹을 시도하다 붙잡힌 피의자를 수사하던 중 1.5테라바이트(TB) 분량의 신용·체크카드 각종 정보와 은행계좌번호,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등 금융·개인 정보가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금융감독원이 수사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금감원은 민감한 자료를 통째로 떠넘기려 한다고 반발하는 등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