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8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고 10일 밝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입법예고안은 해고자ㆍ실업자 노조가입 등 국내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적으로 만들 수 있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며 “예고안 대로 법안이 발의ㆍ개정될 경우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리쇼어링(reshoring) 등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초래되는 만큼 합리적 노조법 개편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건의 배경을 밝혔다.
한경연이 의견을 제시한 입법예고안 쟁점 분야는 총 6개로 △해고자ㆍ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 △비조합원의 노동조합 임원 선임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개별교섭 시 차별대우 금지 △사업장 내 주요시설에 대한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이다.
우선 한경연은 노사관계 협력순위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인 한국에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할 경우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한국의 노사관계 협력순위는 141개국 중 130위다.
해고자와 실업자는 사용자의 인사권에 영향을 받지 않아 기존 노조원보다 더 과격하고 극단적인 노조 활동을 벌일 가능성이 커 노사관계가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경연 측의 주장이다.
아울러 현행 노조법상 노동조합의 임원은 조합원 중에서 선출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입법예고안은 노조 규약을 바꾸면 비조합원 중에서도 노조 임원에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경연 관계자는 "비조합원이 사회적 영향력이 큰 상급단체 노조 임원으로 선임될 경우 정치적 위상 강화 목적 사업 등에 집중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 전임자에 임금을 지급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제도’는 과도한 수의 노조 전임자로 인한 폐해 방지를 위해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입법예고안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금 금지 조항 삭제 등 사실상 노조 전임자에 임금 지급을 허용하는데, 이는 노조의 자주성ㆍ도덕성을 훼손하고 노사관계 선진화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현행 노조법은 노조가 2개 이상일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가 필요하지만,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 개별 노조별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 입법예고안에는 개별 노조별 교섭에서 노조별로 차별대우를 금지하는 규정을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경연 관계자는 "교섭비용이 증가하는데도 사용자가 노조별 교섭을 추진하는 이유는 개별 노조의 근무지역, 업무특성 등이 현격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며 "개별노조가 신설된 차별대우 금지 조항을 근거로 경쟁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협상을 지연할 경우 기업의 노사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입법예고안은 현행 규정과 유사하게 생산 주요업무 관련 시설 등에 대해서만 쟁의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를 제외한 사업장 내 장소에서는 쟁의행위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나라에서처럼 사업장 내에서 쟁의행위는 모두 금지해야 한다고 한경연 측은 주장했다.
아울러 노사관계의 균형 회복을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등과 같이 쟁의행위 시 사용자 대항권의 하나로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한경연은 파업에 대항하는 수단이 없어 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기업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위원회 구제절차가 있지만, 선진국과 달리 형벌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폐지도 주문했다.
이 밖에도 고용세습 등 위법한 단체협약에 대한 처벌 강화, 쟁의행위 투표절차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