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아파트 분양가도 3.3㎡당 2600만 원은 족히 받는데 서울 강남권에 지어지는 아파트 분양가가 2910만 원이라는 건 말이 안됩니다. 다음달 9일 총회 전 조합장 해임을 우선 추진하고 이후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쪽으로 선택할 것입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 일반분양가 책정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으나 터무니없이 낮은 일반분양가 논란으로 선분양과 후분양을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선 것이다. 일반분양가가 낮으면 조합원들이 지불해야 할 분담금이 당초 계획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HUG, 일반분양가 3.3㎡당 2910만원 제시…조합 요구 3550만원과 큰 차이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다음달 9일 조합원들이 참석하는 임시총회를 열기로 했다. 조합은 지난 8일 대의원회를 열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한 3.3㎡당 일반분양가 2910만 원을 수용하는 내용의 '관리처분 계획 변경의 건'을 통과시켰는데, 이날 총회에서는 HUG의 분양가 제안을 수용할 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날 총회는 선분양과 후분양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회에서는 HUG의 일반분양가 제안을 통과시켰으나 일반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3.3㎡당 일반분양가 2910만 원은 그간 조합에서 요구했던 3.3㎡당 3550만 원에 크게 못미치는데다 애초 알려진 HUG가 제안했던 분양가(3.3㎡ 2970만 원)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이에 서둘러 분양을 진행하기 보다는 후분양 등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둔존주공 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는 "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후분양 시 일반분양가에 대한 민간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예상 분양가가 3.3㎡당 3561만7000원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면서 "이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오는 9월을 기준으로 산정한 값으로 굳이 선분양에 나설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막상 후분양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후분양시 조달해야 하는 사업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통상 후분양으로 진행할 경우 시공사와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조합 측에서 시공사의 연대보증을 받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켜야 하는데 둔촌주공의 경우 이 금액이 무려 3조 원을 넘어선다.
◇후분양 땐 분양가상한제 적용…조합원들 분담금 높아질라 고민
건설사들도 내심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 건설사 관계자는 "둔촌주공의 연대보증에 나설 경우 다른 사업장의 지분보증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후분양을 한다고 해도 분양가를 크게 높여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후분양을 주장하는 조합원들은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를 높이는데 성공한 서울 동작구 '상도역 롯데캐슬'의 예를 들며 선분양보다는 후분양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상도역 롯데캐슬의 경우 선분양시 3.3㎡당 일반분양가가 2000만 원 초중반대였으나 후분양으로 분양가를 3300만~3800만 원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조합 측은 당장 다음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이 늦어질 경우 일반분양가가 더 낮아질 위험이 있다며 사실상 선분양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조합원들의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후분양을 하더라도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나 최근 금리 상황과 향후 토지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후분양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면서도 "결국 조합원들의 선택 문제"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HUG가 분양보증 독점을 이용해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는 현 상황과 후분양시 감당해야 하는 이자 비용 등을 고려하면 선분양이 유리할 있다"면서도 "그러나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고려하면 후분양도 고려할 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