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검찰의 혐의 내용에 대해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도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법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이날 밤샘 대기 중이던 삼성전자 임직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일단 검찰이 또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서도 당시 특검의 구속 영장 청구가 한 차례 기각됐지만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이 부회장이 구속된 바 있다.
구속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 해도, 이 부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향후 검찰의 추가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고 이후 재판까지 넘겨질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최순실 게이트 관련 파기환송심도 남아있는 상황. 여전히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된 상태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2017년 2월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활발히 경영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지난달 초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뉴삼성’ 비전을 밝히고 경영 행보에 가속 페달을 밟던 중이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노조·경영권 문제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새로운 삼성으로의 변화를 다짐했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대형 투자 발표인 △미래 성장사업에 180조 원 투자(2018년 8월)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 133조 원 투자(지난해 4월) △퀀텀닷(QD) 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 원 투자(지난해 10월) △평택캠퍼스에 최첨단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 약 10조 원 투자(지난 1일) 등은 모두 이 부회장 석방 이후 이뤄졌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됐지만 이 부회장은 한동안 재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온전히 기업 경영에만 몰두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이 부회장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공격적인 경영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 들어서서 반도체 백혈병 문제, 삼성전자서비스 직접고용, 무노조 경영 탈피 등 오랜 난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며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사회적 책임 행보를 강화하며 '뉴삼성' 비전을 점차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인데, 국내 1위 기업 오너의 행보를 계속 축소시키는 건 삼성뿐만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이라며 “하루빨리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