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난지원금 덕분에 소비 여력이 높아지면서 백화점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찬물을 끼얹었다. 이태원 클럽과 쿠팡 물류센터발 재확산에 소비자들이 백화점에 들르길 다시 주저한 것이다. 다만 해외여행 자제 등으로 생긴 여유자금으로 수입 명품과 대형 가전 등 고가 제품은 반사이익을 봤다.
7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부터 12일까지 전체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0% 였지만, 12조원 규모의 정부 재난지원금 사용이 시작된13일부터 31일까지는 -11.0%로 매출이 더 추락했다. 4월 전체 매출 신장률 -12.0%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카테고리 별로 여성패션 매출이 -19.0% 떨어졌고, 잡화와 식품 역시 각각 28.0%, 23.0% 빠졌다. 남성 장르도 -5.0%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명품과 생활 가전은 +10.0%, +4.0%로 선방했다. 다만 이 역시 5월 초반 각각 +21.0%, +22.0%를 기록한 것에 비해 전체적으로는 주춤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지난달 1일부터 12일까지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로 선전했지만, 13일부터 31일까지는 -2.1%로 떨어졌다. 세부적으로 여성 장르는 -19.7%를 기록했고, 남성 장르 역시 -16.8%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아웃도어도 2.9% 빠졌다. 대신 명품과 골프는 각각 +28.0%, +11.4%로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1일부터 12일까지 지난해 동기 대비 5.2% 오르던 전체 매출은 13일부터 27일까지는 -1.9%로 하락 반전했다. 다만 4월 전체 매출신장률인 -9.8% 수준까지는 아니다. 부문별로는 해외 패션이 31.0% 치솟았고, 리빙은 24.5% 신장했지만, 여성과 남성 패션은 각각 -3.1%, -2.9%로 빠졌다. 잡화와 스포츠 역시 각각 -2.6%, -0.6%로 집계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사용에 따라 여유자금이 생기면서 백화점이 일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봤다. 백화점이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처는 아니지만, 편의점 등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취급하는 품목과 겹치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소비심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점쳐졌다. 식품과 생필품을 편의점이나 식자재 마트에서 지원금으로 해결하고 남는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백화점 매출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패션·잡화를 찾는 소비자는 여전히 뜸했다. 대신 자기만족형 소비로 분류되는 해외 명품이나 대형 가전 등의 소비가 두드러졌다. 최근 전세계가 코로나19 영향권에 들면서 해외 여행이 막힌 데 따른 높은 여유 자금으로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 소비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바깥 출입을 자제하면서 집 꾸미기에 관심이 높아진 점도 작용했다.
무엇보다 5월 중순 이후 이태원 클럽과 쿠팡 물류센터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다시 실시되고, 바깥 활동을 자제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에 따른 여유자금 소비보다는 재확산한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