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 국민에게 1인당 월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예산은 1년에 310조6800억 원이 들어간다. 지난해 국세수입(293조 원)을 초과하는 만큼 현실성이 거의 없다는 게 대부분 의견이다.
그런데도 여야가 기본소득에 군불을 땔 태세를 취하는 것은 표면적으론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 실업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김 위원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산업사회가 인공지능(AI)이 투입되고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생산 방법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도 그런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본소득 언급 배경을 설명했다. 이 논의에 적극적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비 절벽으로 수요공급 균형이 무너져 경기불황이 구조화되는 포스트 코로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경제 정책이며, 다음 대선의 핵심 의제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본소득은 재산·소득·고용 여부 관계없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돈으로 통상 정의되지만, 학계에서 기본소득의 개념은 다양하게 변주한다.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복지학 교수와 이승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기본소득 논쟁 제대로 하기’란 논문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좌파 버전’과 ‘우파 버전’으로 구분된다고 정리했다. 분배 정의에 있어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기 위해 ‘전 국민 기본소득제’를 이상적으로 언급하는 게 ‘진보 버전’이라면, 기존 사회복지제도를 전면 개편해 기본소득으로 대체하자는 게 ‘보수 버전’의 핵심이다.
국내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은 진보진영의 주요 정책 의제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좌파 담론 언급은 ‘파괴적 혁신’이란 중론이다. 그러나 이미 해외에서 기본소득은 더는 좌파의 어젠다(의제)가 아니란 해석이 나온다. 유럽 보수정당들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미국에선 대표적 보수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1962년 ‘부의 소득세’를 꺼내들며 기존의 공공복지제도를 모두 철폐하고 부의 소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의 복지를 줄이고 국가를 축소해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원한 후, 사회보장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토록 하자는 발상이다”며 보수 버전 기본소득을 우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