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대안 마련에 나섰다. 이르면 7월부터 금융회사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금융상품 판매 시 CEO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에 업계에선 보수적인 의사결정으로 적시적이고 창의적인 상품 출시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금융당국은 고위험 상품 ‘영업행위준칙’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원금을 최대 20% 이상 날릴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려면 최고경영자(CEO) 확인과 의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또 고위험 상품을 만들 때도 시나리오별 예상 손실과 그에 맞는 적합한 투자자층을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하반기 추진 중인 금융정책 과제 중 하나다.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작년 말부터 준비해온 내용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우선 금융투자협회의 내부 통제기준인 모범규준에 담은 뒤 향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규정화할 방침이다.
금투협은 영업행위준칙 초안을 마련해 회원사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을 마무리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이르면 오는 18일 예정된 금투협 자율규제위원회 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영업행위준칙 최종안을 확정 짓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 내부통제 절차가 더 구체화하고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7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업행위준칙 초안에 따르면 우선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은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최대 20% 이상인 상품으로 규정됐다.
특히, CEO와 이사회 책임을 명확하게 했다. 증권사 등은 고위험 상품의 판매 여부를 회사 내부 상품위원회, 금융소비자 보호 총괄책임자, 대표이사 확인을 거쳐 이사회 의결로 결정해야 한다.
대개 사외이사는 학계와 법조계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물들로 구성되는 만큼 고위험 상품 출시에 대해 더 보수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판매사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때문에 그간 제재 근거가 불명확했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펀드’ 판매책임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자산운용사 등이 상품을 제조하는 단계에서는 위기 시나리오별로 원금 손실 가능성과 규모 등을 테스트해야 하는 과정이 명시화된다. 각 상품의 위험도를 감내할 수 있는 목표시장(투자자) 설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제조사는 이러한 스트레스 테스트 및 목표시장 설정 판단 자료 등을 판매사에 넘겨줘야 하며, 판매사는 이를 바탕으로 판매 고객을 확정해야 한다. 이에 제조·판매사들은 원래 설정한 목표시장에 맞게 실제 판매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사후관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조·판매 단계별로 과도한 책임이 부여될 경우 투자자들의 상품 선택지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판매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면, 시의성 있는 상품을 적시에 출시하지 못할뿐더러 창의적인 신규 상품 출시가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고위험 투자 상품을 규정하는 ‘원금 손실 20% 이상’을 평가할 방법도 불분명하다는 한계점이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