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35조3000억 원 규모의 초(超)슈퍼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됐다. 정부는 3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추경안을 의결하고 4일 국회에 제출한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8조4000억 원을 크게 웃돈 사상 최대다. 한 해 세 차례나 추경을 편성한 것도 1972년 이후 48년 만이다. 1, 2, 3차 추경을 합치면 모두 59조2000억 원이다.
재원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축소하는 등 지출구조조정으로 10조1000억 원, 기금 활용 1조4000억 원, 적자국채 발행으로 23조8000억 원을 조달한다. 이에 따라 올해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43.7%에 이를 전망이다. 재정당국의 방어선이었던 40%를 훌쩍 넘는다. 실질적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작년 54조4000억 원의 2배 이상인 112조2000억 원으로 급증한다. GDP 비율 5.8%로 건전성 기준인 3%를 훨씬 초과하게 된다.
3차 추경에서 세수감소 보충을 위한 세입경정 11조4000억 원을 제외하고 세출확대분이 23조9000억 원이다. 내수·수출 활성화, 한국판 뉴딜, K방역 등 경기보강, 소상공인과 중소·중견기업, 주력산업의 유동성 지원, 고용안정 및 취약계층 구제를 위한 안전망 확충에 집중 투입된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의 급속한 악화다. 위기 대응을 위한 선제적이고 충분한 규모의 추경은 불가피하다.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재정을 풀어 추락을 막는 정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단기간에 성장을 견인하고 건전 재정을 회복하려면 적자재정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평균 110%인 만큼 우리는 재정여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국가채무를 걱정하지 않고 돈을 풀 수 있는 미국, 프랑스, 일본, 독일 등 기축통화국들과 한국을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우리 재정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세수는 쪼그라들고 있다. 재정이 경제성장을 떠받치는 효과도 의문이다. 민간 활력이 살아나지 않고 국가채무만 과도하게 늘면 대외신인도 추락과 재정위기에 직면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재정건전성을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를 감안해도 지금 건전성 악화 속도는 너무 빠르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많다. 결국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다. 국민 반발이 두려워 피하는 건 무책임하다. 무엇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런 식의 확장재정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재정건전성이야말로 앞으로 더한 위기가 닥쳐올 때를 대비하는 마지막 보루다. 최근 감사원도 국가부채나 재정수지 한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재정준칙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