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 도입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기존 보수 이미지를 탈피한 ‘파괴적 혁신’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초선·비례대표 의원들 모임 강연에서 “궁핍으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했다.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정한 자유라는 의미다. 기본소득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한 셈이다.
그는 “보수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인 자유는 말로만 하는 형식적 자유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전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형식적 자유’는 법과 제도에 의해 보장되는 전통적 개념의 자유를 말한다. 통합당을 포함해 기존의 보수진영이 지향해 온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란 이 같은 ‘형식적’ 자유에 그쳐 각종 자유가 보장돼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었단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자유를 추구할 수 있지만, 일자리나 소득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를 달성할 수 없단 논리로, 기본소득 도입의 이론적 배경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기본소득 문제를)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공감대가 있는 것이고 그걸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재원의 확보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재원확보가 가능하다면 기본소득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약자와의 동행'부터 '궁핍으로부터의 자유'까지 혁신 정책을 꺼내면서 이를 구체화하고 법안으로 성안하는 역할을 총괄하는 경제혁심위원회는 당내 인사로 꾸려질 전망이다.
경제혁신위에는 겸직 내지는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당내 화합과 실질적인 업무 추진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당내 인사로 결정됐다고 한다.
당내 경제 관료 출신으로는 김상훈 추경호 의원과 김광림 이종구 전 의원이 있다. 아울러 부동산 정책통인 김현아 비대위원을 비롯한 당 안팎의 경제전문가들이 대거 위원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핵심 정책탱크 역할을 할 경제혁신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대응책과 재정확장, 기본소득과 고용보험 등 국민의 실질적이고 물질적인 자유를 보장하는 모든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경제위기 상황에서, 현재 정부·여당이나 청와대 내 국가재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거시경제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며 "경제혁신위가 그 대안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방향성에 대한 내부 이견은 계속되는 상태다. ‘진취’, ‘선도’를 줄곧 강조해 온 ‘김종인 비대위’ 출항에 당내에서는 “독선 리더십”, “변화 협조” 등 의견이 분분하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독선적 리더십과 비민주적 인식”이라며 “단 한 번의 논의 과정도 없이 당의 근간을 흔드는 지시를 하더니 우려하는 의원들을 향해 ‘이 짓’, ‘시비’, ‘노이즈’라는 말들을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실패에 대한 부담은 1년 후면 떠날 비대위원장이 아닌 남아있는 우리의 몫”이라고 우려했다.
비대위 측은 섣부른 우려로 정체되기보다 우선 계획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한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같은 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변화는 익숙한 것과 떨어져야 하는 결별일 수 있다. 기존의 것이 익숙한 분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감정을 가질 수 있고, 변화와 개혁에는 저항이 뒤따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