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 500대 미국 기업 CEO 중 아프리카계는 4명에 불과한데, 그 중 3명이 최근 잇따라 인종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내놓았다고 2일(현지시간) CNN방송이 보도했다.
코치와 케이트스페이드 등 명품 브랜드를 산하에 거느린 태피스트리의 자이드 제이틀린 회장 겸 CEO는 전날 기업 인맥 전문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을 통해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이 편지를 쓰기 위해 몇 번이나 자리에 앉았지만 그럴 때마다 눈물이 차올라 멈춰야 했다”며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에서 우리 매장도 피해를 봤다. 그러나 이는 더 큰 이슈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창문과 핸드백을 교체할 수 있지만 조지 플로이드 등 그동안 숨진 수 많은 흑인들을 다시 데려올 수 없다. 흑인 개개인의 생명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제이틀린 CEO는 “시스템적인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중보건과 경제적 기회, 치안 등 여러 방면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데 앞장 설 것”이라며 “우리가 정부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인테리어 용품업체 로우스의 마빈 앨리슨 CEO도 “남부에서 자라 많은 흑인이 겪는 공포와 좌절을 개인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미국은 인종차별에 무관용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직원과 지역사회를 더 잘 지원할 수 있게 자원을 확보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제약 대기업 머크의 켄 프레이저 CEO도 전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흑인이라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운이 좋아 인생의 다른 궤도에 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여전히 오늘날에도 거대한 기회의 격차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미국 기업의 책임”이라며 “우리가 사람들을 고용할 기회를 만들지 않는다면 절망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미국 교직원보험연금협회(TIAA)의 로저 퍼거슨 CEO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월가 아프리카계 리더 중 한 명인 마크 메이슨 씨티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전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플로이드 사망 동영상을 공포와 혐오감, 분노가 섞인 감정으로 봤다”며 “이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발언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아내와 아이들, 회사 동료들의 권유로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종주의가 남아 있는 한 자유와 평등이라는 미국의 이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