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투자 업계에 ‘역대급’ 유동성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자칫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자금 공급에 나선 덕분이다. 실제로 주요 정책 출자기관 중 하나인 한국벤처투자는 1차 정시사업에서 1조841억 원을 출자하고, 산업은행과 한국 성장금융이 주도하는 성장지원펀드 역시 8800억 원을 출자한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자금을 받게 된 벤처캐피탈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펀드를 결성하고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기관에서 받은 자금에 매칭되는 나머지 절반가량의 자금을 민간 기관투자자(LP)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 여파에 당장 벤처투자에 ‘지갑’을 여는 것을 꺼리는 기관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주요 LP였던 보험·은행들이 벤처에 대한 투자집행을 연기하거나 꺼리는 상황”이라면서 “주요 금융기관을 출자자로 확보한 선두권 VC가 아니고서는 민간 자금 끌어와서 펀드 조성하는 게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만약 이들 VC가 민간 자금을 끌어오지 못해 최악의 경우 펀드가 결성되지 못하면 이들이 정부 기관으로부터 출자를 약속받았던 돈은 출자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벤처기업들에 자금이 투자되지 못하게 된다.
이런 VC들의 애로사항을 고려해 한국벤처투자는 약정 총액의 100%가 아니라 70% 자금만 모아도 펀드를 결성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이른바 ‘패스트클로징’ 제도를 도입했지만 단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일 뿐 근본적인 민간 자금 유도책은 아니다. 이 때문에 연기금과 금융기관으로 한정된 민간 투자자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근본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논의 되는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가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이와 함께 독립계 벤처캐피탈의 자본 위탁을 활성화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