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한계가 뚜렷하다. 기업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수도권 규제 완화가 포함되지 않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한 소비·투자·수출 회복을 위한 다른 대책들도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워서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재정 여건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규모, 국외 상황을 고려할 때 나름대로 현실적인 수준에서 경제정책 방향이 제시됐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락다운(lockdown·봉쇄)이다. 경제활동이 줄어 벌어진 일”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되지 않으면 소비·투자가 쉽게 진작되기 어렵고, 오히려 강제로 소비를 활성화하려고 하다간 코로나19가 재확산해 다시 소비·투자가 얼어붙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인 경제충격 대응만큼 중요한 게 코로나19 사태 종식이다. 국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활동 위축이 지속하면 기업·자영업자 등 경제주체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고,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된다고 해도 경제를 되살리긴 어렵다. 특히 국내 경제활동이 재개된다고 해도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투자·수출은 개선이 불가하다. 따라서 단기적으론 방역에 집중하면서 재정지출로 경제충격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경제정책 방향도 큰 틀에선 이런 내용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0.1%)를 ‘플러스’로 제시한 데에는 코로나19 조기 종식과 재정효과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판 뉴딜을 비롯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대부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부분들”이라며 “당장은 투자심리 위축이 워낙 커 단기적인 대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수출·교역이 위축돼 수요를 늘릴 데가 없는 상황에선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필요한 정책이긴 하다”고 평가했다.
단 기업들이 강하게 요구했던 수도권 규제 완화는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장 총량제 등 수도권 규제는 투자수요가 있는 기업들조차 투자를 꺼리게 하는 장애물로 지적돼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개혁 방향에 관한 이야기는 있지만 내용은 없다”며 “이해관계가 복잡해 정부가 바로 정리하긴 어렵겠지만, 대표적인 대책을 하나라도 내놔서 규제개혁 의지를 보였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도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형평성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고, 당장은 효율성이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나마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는 건설 투자다. 다만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서 건설 투자 계획은 주로 공공시설·임대주택 복합화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됐다. 소규모 공사가 대부분이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추진 상황과 재정 여건이 달라 신속한 집행이 어렵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설비투자 관련 대책들은 내년 정도는 돼야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나온 것들을 보면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만한 정책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지출을 확장적으로 가져가기로 한 만큼,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가 큰 전통적 SOC 사업을 즉각적으로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