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진행했지만 양국 간 대화를 위해 중단했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할 것을 보인다. 청와대와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현실적으로 WTO 제소 외에는 이렇다 할 카드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지난해 7월 1일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한 지 1년이 다가오고 있다. 3개 품목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화이트리스트 관련 해결 방안을 이달 말까지 밝혀줄 것을 일본 정부에 촉구한다"며 사실상 일본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시한이 지났지만 일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같은 달 22일 수출규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다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의미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지소미아와 별개라는 입장 만을 재차 강조했을 뿐이다.
일본이 밖으로 내건 수출규제 이유는 한일 정책 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인력 불충분 등 세 가지로 정부는 일본 측이 제기한 문제를 모두 개선했다.
정부는 일본이 수출 규제 강화조치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고 보고 최후통첩을 보냈으나 일본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외교가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된 만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한국 정부의 대처에 시선이 집중된다.
중단했던 '지소미아 종료'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두 가지 카드를 다시 꺼내 드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당장 지소미아 종료는 쉽지 않다.
한국이 지난해 8월 지소미아 종료를 일본 측에 통보하자 미국이 전례 없이 강하고 공개적으로 한국을 비판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소미아 종료'는 현실적으로 다시 추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WTO 제소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해 분쟁 해결의 첫 번째 절차인 한일 양자 협의를 진행한 바 있으나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면서 WTO 제소 절차도 일시적으로 중단돼 본격적인 재판인 패널 설치는 요청하지 않았다.
정부는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해 본격적인 재판인 패널 설치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 대응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