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에서 큰 표차로 3연승을 거둔 것은 처음이다. 10년 전 통합당에 당했던 3연패의 수모를 고스란히 만회한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와 2007년 대선(이명박 대통령 당선), 2008년 총선(299석 중 153석)에서 통합당이 대승을 거뒀던 것과 닮은꼴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지방에 이어 행정부, 의회 권력까지 야당에 넘겨줬던 민주당의 무기력한 행태를 통합당이 그대로 재현했다. 대통령 탄핵에 여당의 반성 없는 무기력한 행태가 겹쳐지면서 행정부와 지방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헌납했다.
정치는 돌고 도는 것이지만 민주당의 3연승 의미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선방이 결정적이었고 통합당이 정권 도우미 역할을 한 것은 맞다. 인물, 비전, 정책대안 등 3무의 길을 걷는 통합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반사효과도 컸다. 코로나에 경제실정 등이 묻혔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본질은 정치판의 구조 변화다. 바로 유권자의 탈보수화로 요약되는 세대교체다. 세대교체로 3040은 물론 50대까지 진보색채가 짙어졌다. 3040(진보 지지) 대 5060(보수 지지)의 세대대결 구도는 3040 대 60의 구도로 바뀌었다. 주류교체론은 이와 맥이 닿아 있다. 주류교체는 세대교체의 다른 표현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2년 이후 보수와 진보는 대선에선 힘의 균형을 이뤘다. 6차례 대선에서 3대 3으로 팽팽했다. 노태우 정권의 바통을 이은 김영삼 보수정권(1992년)에 이어 김대중(1997년), 노무현(2002년) 진보정권이 탄생했다. 그 뒤를 이은 건 이명박(2007년), 박근혜(2012년) 보수정권이었다. 2017년 문재인 진보정권이 들어섰다. 10년 주기로 보수와 진보 정권이 바뀌었다. 이른바 ‘10년 주기설’이다.
총선 양상은 조금 달랐다. 보수가 시종 강세였다.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건 21대를 제외하곤 152석을 얻은 17대 총선(2004년)뿐이었다. 14, 15, 18대는 100석에도 미치지 못했다. 14대(1992년)부터 19대(2012)까지 6번의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선거도 17대 총선이 유일했다. 변화가 시작된 건 4년 전 20대 총선이었다. 통합당이 압승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123대 122 한 석 차의 민주당 승리였다. 이를 계기로 선거구도가 진보 쪽으로 기울었다.
그 배경엔 세대교체가 자리한다. 중심엔 50대가 있다. 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586세대’다. 현 정치권의 주축이다. 나이가 들면 보수화하는 ‘연령효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50대는 80년대 민주화운동 경험을 공유한 세대로 진보성향이 짙다. 적어도 50대는 보수지지로 보긴 어렵다. 여론조사가 이를 보여준다. 한국갤럽의 2012년 유권자 조사에서 “나는 보수성향”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진보보다 많은 나이는 47세였다. 40대 후반도 보수성향이 강했다. 갤럽의 8년 후 같은 조사에선 확 달라졌다. 본인의 정치성향이 보수라고 응답한 비율이 많은 나이는 57세(1963년생)였다. 8년새 50대 초중반까지 진보색깔이 짙어졌다. 21대 총선 방송사 출구조사에 나타난 50대 투표성향은 민주당 지지(49.1%)가 통합당 지지(41.9%)보다 많았다. 지난 8년 동안 진보성향이 강한 40대가 50대로 옮겨간 세대교체 효과다.
50대의 진보색채가 짙어진 게 사실이지만 진보로 확 기운 3040과는 다르다. 승패의 키를 쥔 ‘스윙보터’라고 보는 게 옳다. 진보성향이 강하지만 합리성과 공정정, 성과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민주화세대다. 무조건 이념을 내세우기보다는 실리를 따진다. 진보와 보수 모두 50대 공략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2년 뒤 대선이 있다. 50대의 선택이 중요하다. 기준은 합리성 공정성에 기초한 성과다. 헌법 개정을 빼곤 모든 걸 할 수 있는 민주당은 더 이상 야당 탓을 할 수 없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추락하는 경제를 살려내는 게 당면 과제다. 힘의 논리로 일방통행해선 50대를 설득할 수 없다. 협치를 통한 정치복원이 첫 시험대다. 통합당은 꼴통 보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합리적 개혁보수로 거듭나는 게 급선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건전한 비판을 토대로 정책경쟁을 벌이는 대안정당의 면모를 보여야 출구가 생긴다. 새로운 인물은 그 핵심이다. 주류교체는 여야에 새로운 숙제를 안겼다. lee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