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처럼 쾌적한 공원 생활권과 교통망, 의료‧교육‧문화 등의 인프라를 두루 갖춘 경기도 분당신도시와 판교신도시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들 신도시 내 대장주로 꼽히는 아파트 단지들의 몸값은 서울 강남권의 웬만한 아파트 시세보다 더 비싸졌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부동산 규제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계속 하락하면서 분당ㆍ판교신도시와 집값 격차가 점차 좁혀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강남권 아파트값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4월 한 달간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0.64% 떨어졌다. 서초구는 0.41%, 강동구는 0.43% 각각 하락했다. 송파구는 0.81% 빠지면서 가장 큰 하락률을 나타냈다.
지난 3월에도 강남구는 0.14%, 서초구는 0.08%의 하락률을 보였다. 송파구의 경우 2월 0.24%, 3월 0.30% 하락에 이어 낙폭이 커지는 중이다. 종부세 강화 등 정부가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를 겨냥한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쏟아낸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분당과 판교신도시 아파트값은 탄탄한 입지 조건을 바탕으로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분당은 지난해 7월부터, 판교는 지난해 8월부터 아파트 매매가가 계속 올라가는 중이다.
올해 들어 분당은 1월 0.93% 오른 데 이어 2월엔 1.15%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판교도 1월 0.86%, 2월 0.66%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이처럼 강남4구와 분당‧판교신도시 아파트값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면서 이들 지역간 집값 차이도 점차 좁혀지고 있다.
강남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3월 5691만 원에서 4월 5654만 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5158만 원에서 5136만 원으로, 강동구는 3144만 원에서 3131만 원으로 각각 내려갔다. 송파구도 4097만 원에서 4059만 원까지 떨어졌다.
반면 판교신도시는 3551만 원에서 3554만 원으로 오르면서 강동구를 넘어 송파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실제 비슷한 평형의 아파트 매매값이 역전되는 거래 사례도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달 15일 판교신도시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117.51㎡형은 24억500만 원에 팔렸다. 앞서 2월에도 24억3000만 원에 거래된 데 이어 다시 24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반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 엘스’ 전용 119.93㎡형은 지난달 24억 원에서 이달 초 21억9000만 원으로 거래가가 2억1000만 원 급락했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 12‧16 부동산 대책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집값이 약세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아파트 가격대가 워낙 높다보니 문의는 있지만 쉽게 사기도 어려워 일단 지켜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판교 L공인 관계자는 "주변에 제2테크노밸리 사업이 진행 중인데다 광역급행철도(GTX) 성남역이 들어서는 등 호재가 많다"면서 “강남권 생활을 누리면서 좋은 입지를 갖춘 단지들이 신분당선 역세권을 중심으로 견조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분당선은 판교와 광교 등 수도권 신도시와 강남을 위시한 서울의 주요 업무지구를 연결하는 황금노선으로 불린다. 현재 수원 광교역에서 판교를 지나 강남역까지 운행하는 노선은 2022년 신사역, 2025년 용산역까지 개통될 예정이다.
올해 초 광교~호매실 연장은 올해 초 사업 추진 14년 만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용산~은평~삼송을 연결하는 서북부 연장안도 추진 중으로 수도권 핵심 교통망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는 상황이다.
분당신도시 A공인 관계자는 “신분당선이 정자역에서 미금역을 추가로 개통하면서 주변 아파트가 수혜를 본 전례에 비춰, 예타를 통과한 호매실 연장이 2023년 착공에 들어가고 서북부 연장이 추진되면 다시 한 번 영향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