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후 저조한 주가 흐름으로 난항을 겪었던 테슬라(적자기업 특례) 상장 기업들이 올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개별 호재가 연이어 알려지면서 뒤늦게 기업 성장성이 증명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향후 성장 가능성 높은 적자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테슬라 트랙을 통해 상장한 코스닥 상장사(리메드, 제테마,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15일 종가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평균 54.2% 상승했다.
다른 특례 트랙 기업군에 비교하면 확연히 큰 상승폭이다. 같은 기간 상장한 △성장성 추천(5개사) △사업모델 특례(2개사)의 평균 주가 수익률은 각각 -11.2% -34% 수준이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에도 도달하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특례상장은 현재 수익성은 낮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상장 심사기준을 낮춰주는 제도다. 이 중 테슬라 제도는 시가총액이 500억 원 이상인 기업 중 △직전 연도 매출이 30억 원 이상인 기업 중 최근 2년간 평균 매출 증가율 20% 이상 △공모 후 자기자본 대비 시총이 200% 이상 조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적용할 수 있다.
가장 큰 수익률을 낸 기업은 공모가(1만3000원) 대비 139.6% 높은 주가(3만1150원)를 기록한 리메드다. 리메드는 신경치료기기 전문기업으로, TMS(뇌질환자극기), NMS(신경자기자극기) 등을 주요 제품 군으로 갖추고 있다. 상장 직후 주가가 1만1000원대로 하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올해 1월 에스테틱 기기 해외 판매 호조 소식에 주가가 급격히 뛰었다. 3월 중순 코로나19 여파로 잠깐 주춤했지만, 5월 들어 매수세가 몰리며 다시 3만 원대를 회복했다.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만드는 제테마(34.3%) 역시 상장 직후에는 공모가를 줄곧 밑돌며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주관사에 소량이지만 일부 물량에 대한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이 청구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대한 해외 수출 허가가 나오고, 경쟁사 허가가 취소된 상황에서 반사이익이 점쳐지며 매수세가 몰렸다.
올해 2월 상장한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11.3%)의 경우 상장 직후 맞닥뜨린 코로나19 여파로 3월 중순 저점(4780원)을 찍었다. 그러나 주요 매출이 나오는 방산 부문이 코로나19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상승 곡선에 돌입했다. 현재는 8800원대까지 회복한 상태다.
해당 기업들은 모두 상장 당시 공모가가 희망 범위 최하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에서 결정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적자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상장 이후 단기간 내에 해당 기업들이 잠재성장성을 증명하면서, 상장을 원하는 적자기업들의 도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3월 주관사를 정하고 상장 기반 작업을 진행 중인 이커머스 대표기업 티켓몬스터(이하 티몬)의 경우 일찍이 테슬라 트랙으로 상장 방법을 결정했다.
티켓몬스터는 외형 성장과정에서 2018년 1279억 원, 2019년 753억 원 규모의 영업 손실을 냈고, 누적적자가 큰 탓에 수년 간 자본잠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선택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 트랙을 통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경우, 자본잠식 여부가 명시적인 심사 대상으론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증시에 진입할 수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소는 지난 몇 년간 더 많은 기업에 상장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특히 코스닥시장의 경우 특례상장을 통한 혁신 기업의 시장 진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라며 “향후 특례상장을 통해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