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마스크의 유효성이 재평가받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고브는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 한 달간 미국 내 지역별 마스크 착용 실태를 조사했다. 결과는 주(州)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착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주는 하와이로 58%에 달했다. 뉴저지 56%, 컬럼비아 56%, 뉴욕 53%, 캘리포니아 52%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의 마스크 착용률은 미국 전체(43%)보다 크게 높았다.
반면 마스크 착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주들도 있었다. 사우스다코타(32%), 미네소타(33%), 앨라배마(38%) 등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목할 점은 마스크 착용률과 신규 확진자 증가 사이의 관련성이다. 뉴욕타임스(NYT)가 3월부터 5월 12일까지 집계한 결과, 마스크 착용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도 현저하게 줄었다. 하와이, 뉴욕, 뉴저지 등에선 마스크 착용률이 높았는데, 실제로 이들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미네소타, 앨라배마, 사우스다코타 등지에서는 확진자 수가 계속 늘었는데, 이들 지역의 마스크 착용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만, 유고브 통계 중 마스크 착용률이 낮았던 몬태나(23%), 아이오와(29%) 등에선 감염자 증가세가 유지되거나 둔화하기도 했다.
마스크 착용이 감염 예방에 절대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닛케이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외출 시 타인과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설명했다. 마스크 착용 여부가 지역별 감염자 증감 차이를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미국 정부는 마스크 착용과 감염 확산 방지의 관련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에 마스크 착용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모범 방역 국가들의 마스크 착용이 호평을 받자 필요성을 지적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특히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도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기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대변인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의 개인비서가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백악관 내 긴장감이 고조됐고, 결국 백악관은 직원은 물론 출입 기자들에게까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그는 4월 초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인사들과 면담하는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다고 말해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미군 최고 통수권자인 트럼프의 마스크 착용 거부는 안전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