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체납자의 채권확보 등 세수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자신의 직급을 이용, 하위직 직원에게 이미 압류된 동생의 예금을 해지해 달라고 요청한 이른바 ‘갑질’ 세무공무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로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국세청이 체납자에 대한 세금 확보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데 반해 ‘형과 아우’라는 관계를 악용, 조세정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3일 본보가 단독입수한 국세청 내부 익명게시판 문건에 따르면 00세무서 체납징수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9급 직원 A 씨는 타 지방국세청 00 세무서에 근무하는 B 모 팀장으로부터 체납업무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문건에서 A 씨는 B 모 팀장은 현재 예금 압류된 체납자는 자신의 동생이니, 해당 건에 대한 압류를 해제해 줄 수 있느냐고 무언의 압박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체납액이 얼마인지 얼마 납부를 했는지조차 묻지 않고, 다짜고짜(?) 압류해제를 해달라는 부당한 압력에 대해 순간 분노인지 수치심인지 모를 감정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A 씨는 B 모 팀장의 부탁(?)을 정중히 거절했지만, 해당 건으로 인해 국세공무원으로서 남아있는 일말의 자존심 마저 짓밟힌 느낌은 지우지 못하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문건에 따르면 B 모 팀장 이외에도 하위직 직원에 대한 ‘갑질’ 행태는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A 씨는 문건에서 “국세청 출신 선배님들이라며 과장 또는 서장출신 세무사들이 알게 모르게 위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다 들 아실 거라고 전제한 후 애매한 것들에 대해 부탁이랍시고 ‘너는 어디서 왔느냐, ’왜 내가 가진 명단에는 없느냐‘ ’여기서 일한지 몇 년 됐느냐‘고 물을 때마다 불쾌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A 씨는 “본인(B 모 팀장)은 고민을 많이 한 후에 연락을 줬다고 했지만 고민했다면 연락을 하지 않는 게 맞다”며 “해당 글을 본 후 언짢아하지 마시고, 반성할 수 있는 선배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A 모 직원의 글을 접한 직원들의 반응은 뜨겁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B 모 팀장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는 분명 직급을 이용한 갑질 행태”라며 “A 모 직원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세청 직원도 “국세청 감찰은 요즘 뭐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위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직장 내 갑질을 적발하고, 계도하는 게 감찰의 역할이 아니겠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