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 분양권 전매 제한을 전방위로 확대하면서 분양권 매매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토부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칠 때까지 주택 전매를 제한하겠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번 규제가 시행되면 이천시와 광주시, 여주시 등 경기도 8개 시ㆍ군을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에서 강화된 주택 전매 제한이 적용된다. 비(非)수도권이라도 광역시에선 용도지역 ‘도시지역’에 들어서는 주택엔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국토부가 전매 규제를 강화한 것은 청약 당첨 후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분양권을 되파는 투기성 수요를 근절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수도권이나 지방 광역시라도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 속하지 않으면 청약 당첨 후 6개월이 지나면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전매 제한이 약 2년으로 늘어난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통상 아파트가 완공된 후부터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8월부터 전매 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번 규제 시행으로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분양권 매매시장이 사실상 마비될 것으로 예상한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될 때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단지는 규제를 피할 수 있지만, 그 물량이 한정된 데다 갈수록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양권 전매를 통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이번 규제에 포함된 지역에선 벌써 분양권 가격 상승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경기 시흥시 장현동 ‘시흥장현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에선 전매 규제 강화가 발표되자 7억1800만 원에 전용면적 84㎡형 분양권 매물이 나왔다. 2018년 분양가(4억1800만 원)에서 웃돈이 3억 원 붙었다. 직전 실거래가(6억8790만 원)와 비교해도 프리미엄이 3000만 원 넘게 커졌다.
경기 양주시 옥정동 ‘양주옥정 대방노블랜드’ 아파트 분양권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단지 전용 84㎡형 분양권은 12일 웃돈이 8000만 원을 붙여 5억4230만 원으로 호가가 뛰었다. 같은 주택형 기준으로 호가가 가장 높다. 실거래 최고가(5억2310만 원)도 웃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 아파트 84㎡형은 3억4240만 원에 거래됐다.
시흥시 은행동 S공인 관계자는 “전매 제한 조치가 강화되면 전매가 가능한 기존 신축 단지는 상당한 희소성을 갖게 되고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옥정동 O공인 관계자 역시 “발표된 지 하루밖에 안 돼서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면서도 “급히 집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은 전매가 되는 단지를 찾아다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매 제한 강화 여파는 수도권을 넘어 지방 광역시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정대상지역 해제 이후 ‘깜짝 특수’를 봤던 부산에선 특히 그 반응 속도가 빠르다. 이번 규제가 시행되면 부산에선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난 지 1년도 안 돼 다시 전매 제한이 강화된다.
13일 분양권 전매 제한 해제를 앞둔 부산 남구 용호동 ‘데시앙 해링턴 플레이스파크시티’에선 전용 59㎡형 조합원 입주권 호가가 11일 3억3780만 원까지 올랐다. 분양가(2억3780만 원)보다는 1억 원, 직전 실거래가(2억9728만 원)보다는 약 4000만 원 비싸다.
용호동 D공인 관계자는 “학군이나 입지 등에 따라 기존 분양권 추이가 달라질 것 같다”며 “청약 과정에서 인기를 끈 단지에서 조금씩 분양권 매도 호가를 높여 부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주택 전매 규제를 강화하게 되면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개입으로 시장이 왜곡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오르는 현상)가 또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며 “기존 분양권에 대한 열풍이 주택시장 전체를 들썩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