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납세자가 체납액을 완납했음에도 이를 제때 압류해제 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된 데 이어 이번에는 세수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채권확보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사업이 어려운 납세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세정지원을 표방하고 있지만, 세금이 체납된 사업자에 대해서는 사업의 지속성 여부를 떠나 너무나도 타이트한 조세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보 취재 결과, 인천지방국세청 산하에 소재하고 있는 A 법인은 지난 2017년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등 약 5억2000만 원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받았다.
이후 A 법인은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에 대해 일부 납부함과 동시에 관할 세무서장을 상대로 불복소송을 제기, 현재까지 진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인천국세청은 최근 A 법인에 대해 납부 금액이 부족하다고 보아 A 법인과 거래 관계에 있는 B‧C‧D 법인에 대한 채권(약 5억원)을 압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A 법인 대표 甲 모 씨가 100% 과점주주로서 제2차 납세의무자인 점을 고려할 때 甲 모씨 개인 부동산에 대한 압류 및 조세채권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A 법인) 거래처에 대해 채권압류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甲 모 씨 측은 “세금을 일부 납부해 왔고,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불복소송을 진행 중인데 과세관청은 거래처에 대해 채권압류 및 납부독촉을 강행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심각한 경영위기를 맡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올해 초 과세관청에서 분할 납부 금액을 상향 조정해 통보했다”면서도 “과세관청이 조정‧통보한 금액은 현실적으로 납부하는 게 힘들어 나름대로 적정 금액을 납부한 후 거래처에 대한 압류해제를 간곡하게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甲 모 씨에 대한 간곡한 부탁을 묵살, 거래처에 대한 채권압류를 현재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인천국세청에 수차례 연락을 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국세청 전 고위관계자는 “과세관청이 거래처에 대해 채권을 압류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해당 법인이 불복소송을 진행 중이고, 분할 납부 의사가 충분히 있음에도 이를 묵살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세관청은 어떤 식으로든 미납 세금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며 “다만, 사업의 지속성을 저해하면서까지 채권을 압류하고, 세수확보에 나서는 것은 납세자에 대한 불신과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A 법인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천국세청 산하에 소재하고 있는 또 다른 법인 E도 세무조사 후 추징받은 세금을 분할 납부해 오다, 최근 관할 세무서로부터 상향 조정된 금액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채권압류에 들어간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이후 E 법인은 여의치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분할 조정된 금액에 상응하는 금액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E 법인 대표 乙 모 씨는 “채권압류 조치는 일시적으로 해제됐을 뿐 과세관청이 또다시 변심해 (채권)압류에 나설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세수확보도 중요하지만, 체납자를 무조건 범법자로 보는 조세행정은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 2015년부터 2019년 4월까지 납세자가 체납세액을 납부하거나 경매·공매로 체납세액이 충당돼 압류 필요성이 없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1501건을 점검한 결과, 총 489건이 재산압류 해제조치가 이행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인천지방국세청이 14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부지방국세청 102건, 대전국세청 55건, 부산국세청 42건, 대구국세청 23건, 서울국세청 19건, 광주국세청 8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