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한 원자재인 구리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급락세를 딛고 반등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일(현지 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54% 오른 1t당 5227.5달러로 마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이었던 지난해 말 종가인 1t당 6156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3월 23일 기록한 4617.5달러 와 비교하면 약 한 달 반 만에 13.2% 상승한 수치다. 이 당시 구리 가격은 4년 여 만의 최저점이었다.
이에 따라 구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도 고수익을 내고 있다.
레버리지 상품인 '삼성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의 8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4.96% 오른 6985원으로, 연 저점인 3월 19일의 5105원보다 36.8%나 올랐다. 같은 날 'KODEX 구리선물 ETF'도 전 거래일보다 1.99% 오른 4610원으로 마감해 연저점인 3월 19일의 3980원 대비 15.8% 상승했다.
구리는 건설, 전기, 전자 등 산업 전반에 원자재로 쓰인다. 경기 변동에 따른 수요가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 동향에 민감한 원자재로 꼽힌다.
구리 가격이 경기 전환점을 선행해 보여준다는 이유로 시장에서는 구리를 '닥터 코퍼'(Dr.Copper·구리 박사)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
실제로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가 불거지면서 구리 가격도 하락세를 탔다.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1월 중순까지 1톤당 6000달러 근처를 유지하다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1월 하순부터 급격히 하락했다. 3월에는 1톤당 4000달러 대까지 떨어졌다.
구리 가격 반등은 4월 들어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각국이 경기 부양과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기 회복 기대가 고개를 든 영향이다.
최근에는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인해 단행했던 봉쇄 조치를 조금씩 완화하면서 경제 활동 재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4월 수출이 작년 동기보다 3.5% 늘어 시장 전망치를 웃돌고, 미국 실업자 증가 속도가 둔화하는 등 경제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됐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4월 이후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 등 경기민감 원자재가 수익률 상위권에 진입했다"며 "주요국 봉쇄 완화와 코로나19 진정을 위한 대규모 경기 부양과 통화 정책에 비철금속 가격 회복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자재 주요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의 실물경제 위축은 이어질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 금융과 실물 경제의 괴리가 아직 커 경기 민감 원자재의 추세적 가격 상승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