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2차 혁신도시 예상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당정이 드라이브를 건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2차 혁신도시가 조성되면 지방의 신규 주택 공급과 맞물린 빨대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지역 균형 발전이 명목으로, 집값 상승효과는 1차 혁신도시에서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1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도 불거진 분양 사기 등 이른바 기획부동산 문제가 다시 요동치는 형국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에도 아랑곳없이 서울 강남권과 제주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 지역의 집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이 기대되는 지역의 오름세가 가파르게 나타나는 중이다.
당정은 수도권 소재 120여 개 공공기관을 전국의 10개 혁신도시 등으로 이전하는 2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전시와 충청남도의 혁신도시 지정 근거법인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안은 3월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이에 대전은 집값 우상향 곡선이 전국에서 가장 뚜렷한 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전은 2018년 6월부터 매매가격 변동률이 지속 상승하는 중이다. 특히 총선이 임박하면서 지난해 11월 1.21%, 12월 0.97%에 이어 올해 1월 1.57%, 2월 0.88% 등 높은 상승률이 두드러진다.
이에 아파트 3.3㎡당 매매가는 2018년 1월 738만 원에서 3월 현재 935만 원으로 뛰었다. 이 기간 아파트 가구당 매매가는 2억9997만 원에서 3억 2776만 원으로 솟구쳤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에 기름을 붓는 총선과 혁신도시 호재를 놓고 기획부동산 움직임이 감지된다. 돈을 가진 전주들과 이를 노린 사기집단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이다.
대전 R부동산 관계자는 “이전에도 아파트값 오름세가 좋았지만 총선 이후에 특히 매매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이달 구룡동 둔곡지구 3블록에서 760가구 규모의 분양에 들어가는데, 이와 관련해 투기세력 유입 가능성이 흘러나온다”고 귀띔했다.
정치권에서도 투자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일례로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익산을 지역구에서 2선에 성공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신인은 “2단계 공공기관 이전사업을 관철시켜 익산에 전주의 국민연금공단처럼 규모가 큰 공공기관을 유치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선인들이 제시한 부동산 개발 공약은 정부나 당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실제 정책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분양 사기를 비롯해 많은 기획부동산 문제가 야기됐었다”며 “정부 차원에서 2차 혁신도시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기 전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통해 투자를 결정하는 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선제적 투자로 고수익을 노리는데 고위험이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올해 지정된 공공기관은 공기업 36곳, 준정부기관 95곳, 기타공공기관 209곳 등 총 340곳이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153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혁신도시 4만2000명을 비롯해 세종시 4000명과 개별이전 6000명 등 총 5만2000여 명이 기관을 따라 지방으로 이전했다.
공공기관이 새 둥지를 튼 지역들의 집값은 덩달아 상승했다. 정부청사가 자리한 세종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세종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19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전에 맞춰 마을이 형성되면서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속 상승했다. 세종시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2018년 1월 1052만 원에서 올해 3월 현재 1195만 원으로 올라갔다. 이 기간 전세가는 3.3㎡당 482만 원에서 522만 원으로 뛰었다. 이에 가구당 매매가는 3억4285만 원에서 3억9233만 원으로, 전셋가는 1억5735만 원에서 1억7090만 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이 같은 오름세는 다른 혁신도시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민연금공단(전주)과 한국전력공사(나주), 한국도로공사(김천), 한국토지주택공사(진주) 등 굵직한 기관이 이전한 지역에서는 ‘연금마을, 한전타운’ 등으로 불리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따른 집값 상승효과를 시현하고 있다.
현 정부와 여당은 2차 혁신도시 계획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은 문재인 대통령은 1월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이전 이후 새롭게 생겨난 공공기관들의 추가적인 이전 문제와 충청남도와 대전 지역에서 혁신도시를 추가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 등은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4월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를 (추진)할 것”이라며“전국을 다녀보면 절실히 요구하는 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었다. 지역과 협의해서 많은 공공기관을 반드시 이전하도록 하는 정책을 확정 짓겠다”고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현재 122개의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전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가능한 많은 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면서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차 혁신도시 이전 과정에서 불거진 기획부동산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