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충청지역 부동산시장 화두는 ‘혁신도시’다. 혁신도시는 수도권 공공기관을 비(非) 수도권으로 이전시켜 이를 중심으로 개발하는 신도시다. 대전은 동구 대전역 일대, 충남은 예산군·홍성군(내포신도시) 등 구체적인 입지까지 내놨다.
혁신도시 개발을 바라는 곳은 충청뿐 아니다. 영남권과 호남권 시·도들도 혁신도시와 공공기관을 끌어오기 위한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 지역에선 공공기관이 옮겨오고 혁신도시가 생기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들 지역 기대감을 키운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4·15 총선 승리다. 민주당은 2018년 이해찬 대표가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공론화한 이후 이를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달 혁신도시 지정 절차를 법제화할 수 있도록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개정했다. 이 대표는 총선 선거운동 중에도 “총선이 끝나는 대로 지역과 협의해 많은 공공기관을 반드시 이전하도록 하는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확정 짓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혁신도시 신설·확대가 현실화되면 아직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이 이전 대상이 된다. 현재 서울이나 인천, 경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공공기관은 160곳이다. 이 가운데 직원 수가 1000명이 넘는 한국마사회, 한국환경공단, 한국공항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 대어로 꼽힌다. 1차 이전 때는 혁신도시 10곳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153곳이 수도권을 떠나 새 둥지를 틀었다. 여권에선 관련 법을 통해 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도 이전 대상에 포함하는 카드도 만지작거린다.
공공기관 이전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공공기관이 이전하면 당연히 이들 기관 직원이 묵을 주택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신축 주택 공급량이 부족한 지방 부동산시장에선 공공기관 이전이 시장 판도를 크게 바꿀 수밖에 없다. 실제 1기 혁신도시 가운데 빛가람 혁신도시(광주·전남 나주), 전북 전주, 경남 진주 등에선 혁신도시가 지역 부동산시장을 이끄는 신흥 주거지역으로 떠올랐다.
혁신도시 예상 지역에선 벌써부터 부동산 가격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내포신도시 목리에선 지난달 상업용지 실거래가가 3.3㎡당 750만 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내포신도시에서 거래된 토지 최고가는 3.3㎡당 699만 원이었다. 재개발을 추진 중인 대전역 인근 대전 동구 신안동에서도 지난해 3.3㎡당 400만 원에 거래되던 단독주택 대지 지분이 이달 들어선 600만 원으로 뛰었다.
이 때문에 불분명한 호재를 과장 광고하면서 개발이 어려운 토지를 속여 파는 ‘기획부동산’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 부동산 카페 등에선 구체적인 혁신도시 입지를 콕 집어 투자를 권하는 매물이 적잖게 올라오고 있다. 1기 혁신도시를 조성할 때도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과 토지 매점매석, 쪼개기 판매 등이 횡행하는 바람에 전국이 몸살을 앓았다.
최봉문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에 더해 지역 활성화 정책까지 추진한다면 혁신도시 2기는 지역경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지나친 유치 경쟁으로 그런 의미가 훼손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