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정된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당기순이익이 반도체 및 석유화학 업황 부진 등으로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 여파로 5대 그룹으로의 자산 쏠림 등 상위집단과 하위집단 간 양극화 현상은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내놓은 '2020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공시집단) 지정 자료(2019년 12월 말 회계연도 기준)'에 따르면 5월 1일 지정 64개 공시집단의 매출액은 1401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0조4000억 원 감소했다.
집단별로는 현대자동차(11조5000억 원↑), 효성(4조 원↑), 넷마블(2조8000억 원↑) 순으로 매출액이 많이 증가했고, SK(22조4000억 원↓), 삼성(13조8000억 원↓), GS(5조5000억 원↓) 순으로 매출액이 많이 감소했다.
이중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신차 출시에 따른 완성차 판매 및 부품사 매출 호조로 전체 매출이 급증한 반면 삼성은 반도체, SK와 GS는 반도체 및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공시집단의 매출액은 2017년을 기점으로 반등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올해 소폭 감소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당기순이익(48조 원)도 전년(92조5000억 원)보다 44조5000억 원 줄었다. 삼성(19조7000억 원↓), SK(14조7000억 원↓), LG(3조5000억 원↓) 순으로 당기순이익이 많이 줄어든 반면, 현대자동차(3조8000억 원↑), 두산(1조3000억 원↑), 포스코(8000억 원↑) 순으로 당기순이익이 많이 증가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지난해 거둔 공시집단의 매출액이 전년보다 소폭 감소하고 당기순이익은 48.1% 감소하면서 전반적으로 공시집단의 경영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 여파로 기업집단 간 수익성 격차는 완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상위 5개 집단이 각각 전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1%에서 55.7%로, 72.2%에서 68.5%로 줄었다.
상위 5개 집단에 편중된 자산 쏠림 현상도 다소 완화됐다. 64개 공시집단의 자산총액(2176조1000억 원)에서 상위 5개 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52.6%로 전년보다 1.4%포인트(P) 줄었다.
또한 자산 대비 경영성과를 보면 자산 단위당 매출액 비율은 상위 집단(34개) 65.5%, 하위 집단(30개) 54.8%로 상위 집단에서 높게 나타난 반면, 자산 단위당 당기순이익 비율은 상위 집단 2.2%, 하위 집단 2.5%로 하위 집단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등 두 집단 간 격차가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국장은 "올해 쏠림현상 완화는 반도체나 석유화학 등 상위 집단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업종 불황에 따른 영향이 컸다"며 "이는 업황에 따라서 5대 그룹 쏠림현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64개 공시집단의 부채비율은 71.7%로 전년보다 3.9%P 증가했다. 한국투자금융(156.5%P↓), 중흥건설(29.9%P↓), DB(28.8%P↓) 순으로 부채비율이 많이 감소했고, 금호아시아나(364.8%P↑), 교보생명보험(46.4%P↑), KCC(44.8%P↑) 순으로 부채비율이 많이 증가했다.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를 보면 삼성(424조9000억 원)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고, 2~8위 순위도 변동이 없었다. 전년에 10위를 기록했던 현대중공업은 한 계단 상승해 9위로 올라섰고, 농협은 10위로 한 계단 추락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는 28위에서 20위로, 카카오는 32위에서 23위로 껑충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