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 곳간 문 닫은 재계…2분기 투자 사실상 중단

입력 2020-04-30 11:00 수정 2020-04-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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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가 위기의 정점…현대차그룹, 부동산 내놓고 '회사채'까지 발행

재계 주요기업이 2분기에 예정된 투자를 사실상 중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의 정점을 지나는 중인 만큼, 긴축재정을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재계 주요 기업별로 2분기 투자전략을 재조정 중이다.

지난달 11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글로벌 주요 시장의 산업수요 대부분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업별로 시점이 다를 뿐, 2분기가 위기의 정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결국 올해 예정됐던 2분기 투자의 대부분이 투자시점 재조정에 돌입했다. 기업별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는 한편,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유휴부동산을 내놓고 회사채까지 발행 중이다. 사실상 대규모 전략적 투자는 중단된 셈이다.

전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1분기 예정된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한 반면 2분기 투자는 변동될 여지를 남겼다.

영업이익 6조 원대를 지켜낸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 수혜를 누렸다. 반도체 부문이 전체 실적을 이끌었고, 스마트폰 판매는 줄었으나 수익성은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메모리 반도체의 양호한 실적의 배경으로 △재택근무 △원격수업 △온라인쇼핑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수요가 견조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하반기 수급 상황을 우려한 고객사가 미리 재고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2분기부터 본격적인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시황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투자를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투자 시점 재조정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1분기 실적을 낸 삼성전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전기는 1분기 IR을 통해 “연초 밝힌 설비투자 계획은 변동이 없지만, 투자 시점은 현재 재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산업수요 위축이 본격화된 자동차 업계도 2분기 투자를 사실상 중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앞서 중국산 부품수급 차질을 빚었던 현대ㆍ기아차는 비상경영체제로 운영 중이다. 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급여 20%를 반납하는 한편, 회사도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중장기 경영계획 ‘2025 전략’의 경영 기조를 유지하되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따라 전략적 투자계획을 재구성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2020~2025년 사이 미래차 분야에 총 61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밝혔다. 이런 전략을 유지하되 우선순위를 따져 투자계획을 재추진한다는 뜻이다.

이달 초 현대차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에서 "중장기 전략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되 코로나 쇼크가 악화한 만큼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방침"이라며 "안정적 사업운영을 위한 유동성, 생산 유연성 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차 투자를 위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불요불급한 투자에는 가능한 나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규모 인수합병보다는 실리를 최우선으로 한 자금집행이 이뤄질 것이란 의지로 읽힌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예정된 투자를 중단할 만큼 타격이 크다. 두 회사 모두 회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8일 무보증 공모사채(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3000억 원보다 많은 1조410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특히 3년 만기 2000억 원 모집에 총 9100억 원의 주문이 몰리기도 했다.

회사측은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회사채 예비투자설명서에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회사채 발행액을 총액 6000억 원 이하의 범위에서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아차 역시 7200억 원 수준의 회사채 수요를 확보했다.

각각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해야하는 만큼 전략적인 투자 역시 하반기로 재조정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회사채 발행 이외에도 보유 중인 유휴부동산 처분 작업도 시작했다. 이를 위해 국내 대형 회계법인을 통한 부동산 매각 관련 컨설팅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유동성 관리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크레딧 크런치(신용경색)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고려해 투자를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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