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엔진 개발은 중단해도 변속기는 진화

입력 2020-04-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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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앞두고 새 엔진 개발 중단…전기차 시대에도 변속기는 꾸준히 진화

21세기 들어 글로벌 거대 자동차 회사들은 새 엔진 개발을 중단했다. 이미 등급별로 다양한 엔진을 보유한 만큼, 기존 엔진을 개선하는데 집중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GV80에 얹은, 현대차 최초의 직렬 6기통 3.0 디젤 엔진 역시 이전에 있던 4기통 2.0 엔진의 연장선이다.

나아가 하나의 엔진을 개발하기보다 '구입'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주력 모델이 아니라면 큰 비용을 투자해 엔진을 개발하는 게 부담이다. 오히려 잘 만든 엔진을 구입해서 쓰는게 더 효과적이었다.

물론 자존심도 중요하다. 때문에 '구입'이라기 보다 '공동개발'이라는 포장을 덧씌우기도 한다.

쌍용차가 한때 고급차 체어맨용 V8 5.0 휘발유 엔진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에서 통째로 구입해 장착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무엇보다 빠르게 친환경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는 마당에 비싼 돈을 들여 새 엔진을 개발할 이유도 없다.

이렇듯 자동차에서 중요한 엔진이 개발보다 개량에 초점을 맞춘 반면, 변속기는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잘 만든 변속기는 엔진보다 적은 금액으로 높은 효율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ZF와 아이신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들이 변속기를 개발해 여러 메이커에 공급하는 것도, 완성차 회사의 이런 의도를 십분 활용한 경우다.

▲자동화 수동변속기는 수동과 자동변속기의 장점을 한데 모았다. 수동변속기가 기반인 만큼, 제조 원가도 수동변속기에 가깝다. 사진은 기아차 유럽전략형 해치백 '씨드'의 7단 DCT.  (사진제공=기아차)
▲자동화 수동변속기는 수동과 자동변속기의 장점을 한데 모았다. 수동변속기가 기반인 만큼, 제조 원가도 수동변속기에 가깝다. 사진은 기아차 유럽전략형 해치백 '씨드'의 7단 DCT. (사진제공=기아차)

◇수동과 자동변속기의 굴레를 벗어나다=변속기는 동력원(엔진 또는 모터)의 회전력을 바퀴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장치다.

1분에 800회 정도 회전하는 엔진 회전수를 바퀴에 곧바로 전달한다고 가정하자. 자동차는 순식간에 급출발하거나 시동이 꺼진다. 물론 연비도 좋지 않고 안정감도 떨어진다.

결국, 속도에 맞게 엔진 회전수를 줄여 바퀴에 전달하는 게 변속기다.

이런 변속기는 크게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로 나뉜다. 각각의 장점이 뚜렷하고, 차가 팔리는 시장의 특성과 고객 선호도 맞춰 옵션으로 마련된다

수동변속기 단가가 저렴하고, 자동변속기가 무조건 비싸다는 것도 이제 편견이 됐다. 극소량만 생산되는 일부 수동변속기는 자동변속기보다 더 비싸다.

이런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의 가장 큰 차이는 동력 전달 방식이다.

수동변속기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서 동력을 이어주는 전달장치, 이른바 '클러치'가 존재한다. 서로 100% 맞닿으며 동력을 전달한다.

반면 자동변속기는 전달장치가 서로 떨어져 있다. 예컨대 2개의 선풍기를 마주놓는다고 가정하자. 하나의 선풍기가 작동하면 반대편 선풍기는 맞바람을 맞아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양쪽 선풍기 날개는 어쩔 수 없이 회전수 차이를 지닌다. 자동변속기 원리가 이렇다. 동력의 입력과 출력 사이에서 회전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운전이 편해진다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거꾸로 회전수 손실과 무게 탓에 연비가 나빠진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은 더 이상 새 엔진을 개발하지 않는다. 다만 변속기(또는 감속기) 개발은 꾸준히 진행 중이다. 사진은 양산이 확정된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 콘셉트 '프로메시'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은 더 이상 새 엔진을 개발하지 않는다. 다만 변속기(또는 감속기) 개발은 꾸준히 진행 중이다. 사진은 양산이 확정된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 콘셉트 '프로메시'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5단보다 7단이, 그리고 8단 더 좋은 이유는?=일단 기어 단수가 많은 게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엔진의 출력과 차의 특성에 따라 기어 단수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기어 단수가 많아지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사람이 1층에서 2층까지 계단을 이용해 걸어 올라간다고 생각해보자. 계단 5개보다 8개가 한결 쉽고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한번 운행할 때마다 수백 번, 수천 번을 오르내려야 한다면 계단 8개가 쉽고 빠르게 오르내릴 수 있다. 힘이 덜 드니 물론 연비도 좋아진다.

계단 5개만 이용한다면 힘이 더 들고(연비), 시간(가속능력)도 더 걸린다. 물론 이 과정에서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것처럼 엔진에도 무리가 간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100단 기어를 만들 수도 없다. 오히려 가속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변속기 무게만 무거워진다.

가장 좋은 변속기는 엔진 배기량과 출력, 주행환경을 고려한 변속기다.

▲DCT는 효율성이 뛰어난 반면 고성능과 과부하에 약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습식 DCT는 변속기 오일 순환(녹색 라인)을 통해 고성능에 뒷받침해준다. 사진은 기아차 쏘렌토 습식 8단 DCT 투시도.  (사진제공=기아차)
▲DCT는 효율성이 뛰어난 반면 고성능과 과부하에 약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습식 DCT는 변속기 오일 순환(녹색 라인)을 통해 고성능에 뒷받침해준다. 사진은 기아차 쏘렌토 습식 8단 DCT 투시도. (사진제공=기아차)

◇자동화 수동변속기, DCT는 무엇=요즘 유행하는 DCT, 이른바 '더블 클러치 트랜스미션'은 수동과 자동변속기의 중간에 자리한다.

기본 원리는 동일하되 메이커별로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현대ㆍ기아차는 DCT라고 부르지만, 독일 폭스바겐은 DSG로 표기한다.

이런 DCT는 마치 손바닥을 마주 붙이는 것처럼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서 동력을 직접 전달한다.

운전자가 클러치를 떼고 붙이는 동작, 적절한 단수로 기어를 바꾸는 역할을 차가 스스로 해준다고 이해하면 쉽다.

가격도 중요하다. 수동변속기의 가격을 1로 가정했을 때 자동변속기의 가격은 2를 넘어선다. 이와 달리 DCT는 1.5 수준이다.

그러나 이조차 대량생산 체제에 접어들면서, 엔진 출력에 맞춰 다양한 DCT가 등장하면서 “DCT 가격은 얼마다”로 단정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자동화 수동변속기, DCT는 어떤 원리?수동변속기는 손바닥이 맞붙듯,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클러치가 존재한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의 클러치가 분리되면, 그 순간 톱니로 된 유성기어가 다음 기어를 바꿔탄다. 그리고 다시 클러치가 맞물리는 과정이다.

클러치는 발로 밟아 작동하고, 유성기어는 손으로 레버를 움직여 컨트롤한다.

장점이 많은 자동화 수동변속기, 이른바 DCT는 이 발과 손동작을 스스로 대신해준다는 게 특징이다.

DCT는 변속이 빠르고 정확하다. 예컨대 원통 안에 동그란 클러치가 존재하고 앞뒤로 이동하면서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클러치가 앞으로 붙으면 1, 3, 5단이 맞물리고, 뒤로 붙으면 2, 4, 6단이 맞물린다. 별다른 변속 없이 클러치가 앞에서 뒤로, 다시 뒤에서 앞으로 이동하면서 변속한다.

▲현대기아차 최초의 DCT는 2015년 등장한 벨로스터다. 최고출력 140마력짜리 1.6 자연흡기 모델(사진)은 DCT를 옵션으로 마련한 반면, 204마력의 고성능 모델은 DCT 대신 일반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기아차 최초의 DCT는 2015년 등장한 벨로스터다. 최고출력 140마력짜리 1.6 자연흡기 모델(사진)은 DCT를 옵션으로 마련한 반면, 204마력의 고성능 모델은 DCT 대신 일반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사진제공=현대차)

◇천하무적 DCT에도 단점은 존재=이론적으로 DCT는 연비와 출려 측면에서 일반 자동변속기보다 유리하다.

그러나 단점도 존재한다. 과부하를 받으면 변속기가 망가진다. 내부 온도가 상승하면서 유성기어가 붙어버리는 꼴이다.

수동변속기를 운전하면서 이른바 '반 클러치'를 과도하게 쓰는 형국이다. 무겁고 커다란 캠핑트레일러를 견인해도 과부하 때문에 고장날 수 있다.

고성능을 받아내기도 버겁다. 실제로 2015년 등장한 현대차 벨로스터는 1.6 자연흡기(140마력)와 1.6 터보(204마력) 등 2가지 엔진을 출시했다.

140마력짜리 기본 모델은 옵션으로 DCT를 고를 수 있었지만, 출력이 차고 넘치는 204마력짜리 고성능 터보에는 일반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결국, DCT의 단점은 높은 부하와 고성능을 견딜 수 없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습식 DCT를 갖춘 기아차 4세대 쏘렌토.  (사진제공=기아차)
▲국내에서는 최초로 습식 DCT를 갖춘 기아차 4세대 쏘렌토. (사진제공=기아차)

◇고성능 엔진을 위한 습식 DCT의 등장=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습식 DCT다.

기존의 DCT가 일반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했다면 습식 DCT는 오일을 활용해 변속기의 부하와 온도상승을 막아준다.

오일로 윤활과 냉각을 담당하고 이 오일은 다시 또 냉각돼 변속기의 온도상승을 막아준다. 오일 순환은 전기모터로 펌핑한다.

변속기 오일 냉각 시스템, 이른바 습식 DCT가 등장하면서 기존 DCT는 건식으로 분류됐다.

국내에서도 올초 등장한 기아차 4세대 쏘렌토가 처음으로 습식 8단 DCT를 장착했다. 뒤이어 현대차의 고성능 N브랜드 역시 벨로스터N에 습식 8단 DCT를 맞물렸다.

건식과 습식의 차이는 단순히 오일을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차고 넘치는 고성능을 받아낼 수 있다는 데 있다.

오일 순환계통을 포함해 다양한 장치가 추가되면서 무게가 늘어났지만 이로 인해 얻는 장점은 더 커졌다.

물론 가격은 비싸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반 자동변속기보다 가격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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