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 등에 따른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파산보호 절차는 딜로이트가 담당하며, 앞으로 부채를 재조정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하는 등의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 ‘괴짜 사업가’로 알려진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그룹의 호주 자회사로 설립됐다. 저가를 앞세워 노선을 적극적으로 늘렸으나, 다른 저비용항공사(LCC)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영이 악화했다. 지난해 말 기준 버진오스트레일리아의 부채는 50억 호주달러(약 3900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발발로 거의 모든 노선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호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의 입국과 호주인의 해외 여행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3월 말부터 모든 국제선 운항을 중단하고, 국내선도 90% 줄였다. 또 직원의 약 80%에 해당하는 8000명을 무급 휴직시켰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호주 정부에 14억 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했으나, 조정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호주 정부는 버진오스트레일리아 주주들에게 구제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외국 항공사들이 주요 주주로 있는 독특한 지분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항공, 아랍에미리트(UAE)의 에티하드항공, 중국 하이난항공그룹, 난샨그룹 등이 회사 지분 약 20%를 보유하고 있다. 버진그룹은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브랜슨은 호주 정부에 “버진오스트레일리아가 파산하면 (호주 최대인) 콴타스가 호주 하늘을 사실상 독점하게 될 것”이라며 절박하게 호소했다.
설상가상 브랜슨 회장은 산하에 둔 영국 버진애틀랜틱항공까지 휘청거리면서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그는 20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50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최대 난국”이라며 “버진애틀랜틱의 생존을 위해선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폭풍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국 정부의 대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버진 측은 영국 정부에 5억 파운드(약 7654억 원)의 대출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이에 브랜슨 회장은 긴급 자금 확보를 위해 카리브해에 있는 개인 소유의 섬과 호화 리조트를 담보로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