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압승으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뒤 한 마리 대형견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이'라는 이름의 시각안내견이 그 주인공이다. 조이는 시각장애인 김예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에겐 눈이나 다름없는 존재. 하지만 조이가 국회가 들어갈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국회는 관례에 따라 본회의장 등 회의장에 안내견의 출입을 금지해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논란은 빠르게 가라앉았다. 국회가 조이의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을 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내부적으로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국회는 그간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는 국회법 제148조에 따라 안내견 출입을 막았다. 그러나 여야가 앞다퉈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의 국회 출입을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고, 국회 관계자는 김예지 당선인의 의정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예지 당선인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미 국회에서 자유롭게 활동을 하고 있었다"며 "장애인복지법 40조와 장애인 차별금지법 4조는 안내견의 출입은 어떤 공공기관이든 모두 보장받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복지법 40조에 근거…"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안 된다"
장애인복지법 40조는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식당을 방문하거나 버스를 타려고 할 때 이를 거부해선 안 된다. 일부 식당에서는 '털이 날린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하지만,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이는 장애인복지법이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2016년에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보고 입장을 거부한 맥줏집이 과태료 200만 원을 물기도 했다.
◇종종 보이는 시각장애인, '이런 행동'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이동을 돕는 안내견은 대개 래브라도 리트리버 견종이다. 적응력이 좋고 지능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인내심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긴 것도 귀엽고 사납지 않아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귀엽다고 해서 보통 강아지를 대하듯이 하면 안 된다.
먼저, 귀엽다고 다가가 쓰다듬거나 만지지 말아야 한다. 안내견은 자신과 시각장애인을 연결하는 목줄로 주인의 상태를 파악한다. 시각장애인 역시 안내견을 통해 주변 사항을 인지한다. 타인이 안내견을 만지는 것은 이들의 상호작용을 방해하는 행위다. 시각장애인에게 위험한 상황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먹을 것을 줘서도 안 된다. 종종 대학교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에게 먹을 것을 주는 학생이 있다. 기특하고 귀여워서 한 행동이겠지만 음식을 주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사이의 신뢰를 깨뜨리고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안내견은 별도의 식단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무시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무심코 한 행위가 시각장애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안내견의 훈련 체계를 망가뜨리는 일이 된다.
안내견이 주위에 있을 때 무단횡단은 금물이다. 색맹이라는 개의 특성상 신호등의 색깔을 구분하지 못한다. 주변 사람이 건너면 안내견 역시 건너도 되는 상황이라고 인지해 발걸음을 옮긴다. 만약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무단횡단을 한다면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에겐 매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안전을 위해 평소에도 마찬가지다.
◇첫 시각안내견 '바다'…2006년부터 바뀐 훈련 방식
국내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활약하게 된 것은 삼성화재의 공이 컸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4년 첫 안내견을 배출한 뒤 매년 10~12마리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분양하고 있다. 국내 첫 안내견의 이름은 '바다'로 1994년 양현봉 씨가 분양받았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에버랜드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안내견의 훈련은 2006년을 기점으로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 하지말라고 알려주는 '부정강화훈련'을 했다. 그러다 2006년에 들어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땐 가만히 놔두고, 해야 하는 행동을 했을 떄 칭찬을 해주는 '긍정강화훈련'으로 바꿔었다. 자연스레 부정적인 행동이 줄고 긍정적인 행동이 늘어났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