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16일 편성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7조6000억 원을 전액 지출 구조조정으로 조달한다. 금리·유가 인하와 입찰·계약 연기로 소요예산이 줄거나 당장 집행이 어려운 사업 예산들도 추경 재원으로 활용한다. 상황에 따라선 향후 3차 추경도 편성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추가로 추경이 편성되면 적자국채 추가 발행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긴급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2차 추경은 총 7조6000억 원 규모다. 재난지원금 소요재정은 9조7000억 원이지만, 나머지 2조 원은 지방비로 집행한다.
정부는 우선 ‘소득·재산(국민건강보험료 기준) 하위 70%’ 지급기준을 유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무회의에 앞선 브리핑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전 국민, 전 가구에 지원하자는 요구가 있지만, 하위 70% 지원기준은 긴급성과 효율성, 형평성, 그리고 재정여력 등을 모두 종합 고려해 매우 많은 토론 끝에 결정한 사안”이라며 “정부로서는 국회에 추경안을 설명하고 심의에 대비하면서 정부의 지원 결정기준을 간곡하게 설명하고, 현재 설정된 소득 하위 70% 지원기준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경안이 정부안대로 확정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로 유지된다. 정부는 소요재정 조달을 위해 개발도상국 차관, 공적개발원조(ODA), 해외봉사단 예산을 3000억 원, 국방·사회간접자본(SOC) 사업비는 2조 원 감액한다. 주요 감액 사업은 F-35A 3000억 원, 해상작전 헬기 2000억 원, 광개토-Ⅲ 이지스함 1000억 원, 철도 투자계획 변경 및 상하수도 8000억 원 등이다. 홍 부총리는 “국방 분야와 SOC 분야의 일부 사업비가 감액 조정됐지만, 면밀히 검토해 사업 본래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공무원 연가보상비를 전액 감액을 통한 7000억 원, 청사신축사업비 감액을 통한 1000억 원도 추경 재원으로 활용한다. 이 밖에 정부는 환율 상승으로 원화자산 확보 필요성이 낮아진 점을 고려해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외국환평형기금 지출을 2조8000억 원 줄이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주택도시기금, 농지관리기금의 재원 중 1조2000억 원을 추경으로 활용한다.
적자국채 미발행으로 채무비율은 상승하지 않지만 지출이 늘어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각각 3조5000억 원(GDP 대비 0.2%포인트(P)) 확대된다. 국회에서 지급대상이 전 국민으로 확대되면 소요재정은 13조 원으로 늘어 추가분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해야 한다.
일각에선 3차 추경이 편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르면 다음 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 주재 긴급경제회의에서 고용 문제 대응을 위한 추가 추경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단 3차 추경이 편성되면 2차 추경과 같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조달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조달·계약과 운영비로 절감할 수 있는 예산이 제한적인 데다 나머지 농·어촌, 지역 SOC 등 관련 예산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국회 차원에선 감액이 쉽지 않다. 결국 3차 추경이 추진되면 소요재정 대부분을 채무비율 상승을 수반하는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도 3차 추경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구윤철 2차관은 “고용대책이나 항공 등 기간산업에 대한 추가 대책도 마련하고 있는데, 그 재원은 다양한 형태로 지원될 것”이라며 “기금에서 지원할 수 있다면 기금에서 지원하고, 금융기관 출자·출연을 통해서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재원 조달을 위한 3차 추경이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으냐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