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평)당 2400만 원 이상이면 전용면적 84㎡형 분양가는 8억 원이 넘는다. 직장과 가까운 덕운지구에 청약을 넣을 생각이었지만 이 가격이라면 차라리 다른 지역 공공분양아파트를 기다리겠다."(고양 덕은지구 예비청약자 A씨)
경기도 고양시 덕은지구의 분양 아파트를 노리던 예비 청약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1년도 되지 않아 껑충 뛴 분양가가 과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높은 토지 매입가로 인해 분양가가 덩달아 치솟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같은 지구 내에서 분양가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특히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지가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시세보다 턱없이 낮게 분양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관성 없는 고무줄 잣대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덕은지구 'DMC리버파크자이'(A4블록)와 'DMC리버포레자이'(A7블록) 분양가는 지난해 같은 지구 내에서 분양된 단지보다도 현저히 높다. 실제 지난해 고양시 덕양구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725만 원이었다. 논란에 휩싸인 이번 두 개 단지의 분양가는 이보다 51~54% 가량 높다.
특히 이번 분양가는 이달 서울 양천구 신정뉴타운에서 분양할 예정인 '호반써밋목동'의 3.3㎡당 평균 분양가(2488만 원)는 물론 지난달 과천 지식정보타운에서 공공분양된 '과천 제이드 자이'의 분양가(3.3㎡당 평균 2195만 원)보다도 비싸다. 같은달 서울 강서구 마곡9단지도 전용 84㎡형의 분양가가 평균 6억7532만 원 수준이었다.
덕은지구에서 공급될 이들 두 단지의 분양가가 유독 높은 건 이 곳이 공공택지지구가 아닌 도시개발사업지구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공공택지개발지구나 공공주택사업지구는 추첨제로 공동주택 용지를 공급하지만, 덕은지구는 도시개발사업지구여서 도시개발법 시행령 57조에 따라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됐다. 덕은지구 아파트용지 분양 당시 대방건설은 공급가격의 135%, 아이에스동서는 100%, 중흥건설은 127% 수준으로 부지를 사들였지만, 이번 두 개 단지는 152% 수준에서 용지를 낙찰받았다. 같은 지구라도 입찰가에 다르다보니 땅값과 분양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통상 지자체 분양가심의위원회가 주택사업자의 토지 매입비용을 100% 인정하고 있어 매입가가 높으면 분양가도 덩달아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개발법상 최고가 입찰로 땅을 취득하면서 분양가가 불파기하게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LH가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하기 위해선 법을 개정해 최고가가 아닌 적정가 낙찰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널뛰기 분양가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총 면적 64만6000㎡ 규모의 덕은지구는 행정구역상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하지만, 동쪽으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인접하고, 서남쪽으로 마곡지구와 가까워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큰 곳이다. 저렴한 비용(분양가)으로 서울 생활권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 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높았다.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덕은지구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터무니 없이 높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예비 청약자 A씨는 "분양가가 평당 2400만 원이 넘는다면 차라리 고양 창릉신도시를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이 일대에서 분양가 8억 원(84㎡)은 너무 비싸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의 C씨는 "송도, 과천 외에 그간 책정된 분양가 중 최고 비싼 수준의 가격"이라며 "청약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1순위에선 마감되겠지만 이 가격이면 1억 원을 더 주고 서울로 들어가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고분양가는 지자체별로 상이한 분양가 심사 기준 논란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서울·경기 곳곳에선 분양가 책정을 두고 건설사와 지자체가 길고 긴 샅바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위례신도시 '위례 호반써밋 송파' 아파트는 지자체와 분양가 줄다리기를 벌이다 반 년이 흐른 지난해 말에야 분양을 진행했고, 과천에선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가 3.3㎡당 2205만 원에 분양하라는 과천시 분양가심사위원회의 결정에 결국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분양을 미루고 있다. 애초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제출한 분양가는 3.3㎡당 2600만 원이었다. 이는 덕은지구 분양 단지 두 곳 중 DMC리버포레자이보다 낮은 분양가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역시 HUG와의 분양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은 3.3㎡당 3550만 원의 분양가를 고수하는 반면 HUG는 2950만 원 선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수개월째 평행선을 긋고 있다. HUG가 요구하는 분양가는 이번 덕은지구 신규 분양 단지 분양가보다 불과 3.3㎡당 300만 원 비싸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같은 지구 내에서 분양가 격차가 심한 경우 수요자들이 혼란스러워할 뿐만 아니라 주변 집값까지 견인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특히 땅값을 기준으로 매기는 기존 분양가 책정 시스템과 정부의 규제가 상충하는 만큼 일관적인 잣대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결국 정부 정책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