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LG 초콜릿폰ㆍ샤인폰ㆍ롤리팝폰의 추억

입력 2020-04-13 11:22 수정 2020-04-1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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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쯤이다. 기자는 삼성전자 휴대폰을 사용 중이었는데, 당시 가장 뜨거웠던 제품은 LG전자 초콜릿폰이었다.

기존 폴더폰이 아닌 슬라이드 형식의 휴대폰이었고, 디자인이 시쳇말로 끝내줬다. 얇은 두께에다 초콜릿을 닮은 검은색 외관이 돋보였다. 버튼은 또 빨간색인데 이게 고급스러움을 더해줬다.

주변 친구들이나 길거리 사람들이 초콜릿폰을 들고 다니는 걸 보며 '저거 꽤 이쁘네'라고 생각했다.

휴대폰의 디자인에 눈을 뜬 게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디자인은 거기서 거기라며 기능 위주로 휴대폰을 구입했었는데, 디자인에 끌리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2007년 새로 구입한 휴대폰이 LG전자 샤인폰이었다. 당시에 보기 드물었던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반짝이는 질감이 매력이었다. 몇 년 후 새폰으로 바꾸고 나서도 꽤 오랫동안 샤인폰을 보관해 뒀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애착이 가는 폰이었다.

삼성전자가 당시 이효리폰, 문근영폰 등 제품 모델의 이름을 애칭 삼아 마케팅한 반면, LG전자는 초콜릿, 샤인 등 펫네임 그대로가 큰 인기였다.

LG전자는 2009년 쿠키폰과 롤리팝폰을 출시하며 명성을 이어갔다. 기자는 샤인폰과 작별한 후, 롤리팝폰을 선택했다. 가벼웠고, 사탕 같은 디자인이 상큼했다. 앞면 LED 화면이 반짝이는 것도 특징이었다.

2010년 5월 'LG전자 싸이언 비보이 챔피언십' 결승전을 보러 서울올림픽공원에 갔다. LG전자는 당시 인기였던 비보이 대회를 개최하며 쿠키폰과 롤리팝폰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현장에서 다채로운 색상의 바티페인팅을 한 모델들이 막대사탕(롤리팝)을 나눠줬던 기억이 난다.

이후 옵티머스G와 G3까지 LG전자 스마트폰을 꽤 오래 사용했다. 물론 지금은 애플 아이폰을 거쳐 삼성 갤럭시로 넘어온 지 오래다.

비단 기자만 그런 건 아닌 듯하다. 현재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초라하다. 지난해 말까지 4년 9개월(19분기) 연속 적자다.

LG전자는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할 때 기회를 놓쳤다. 최근 수년 동안은 과도한 기술 혁신을 시도하다 신뢰를 잃기도 했다. 스마트폰 G4의 가죽 케이스와 G5의 모듈 방식 채택이 대표적인 사례다.

LG전자는 다음 달 국내 시장에 출시하는 이 회사의 새 전략 스마트폰 이름을 'LG 벨벳(LG VELVET)'으로 정했다. 8년 만에 G 시리즈 브랜드를 과감하게 없애고 새로운 디자인과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를 선보였다.

LG전자 측은 "플래그십 제품마다 소비자의 요구와 시장 트렌드를 시의성 있게 반영하고, 제품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별도의 브랜드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품은 비단의 일종인 벨벳의 고급스러움을 연상시키고, 스마트폰을 쥐었을 때의 느낌 역시 벨벳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느낌과 연결된다.

벨벳은 LG전자의 새 스마트폰 작명법에 따라 나온 첫 제품이다. 피처폰 시대를 풍미했던 '초콜릿폰', '샤인폰', '롤리팝폰'처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을 붙여 히트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10여 년 전 LG전자는 휴대폰에 '디자인'과 '스타일'을 담아냈고,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초심으로 돌아온 LG전자의 이번 승부수가 다시 한번 소비자 감성을 건드릴 수 있을까.

20대 중반 초콜릿폰을 부러워했던 기자가 다시 한번 LG전자 스마트폰을 위해 지갑을 열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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