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및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한 주가연계증권(ELS)ㆍ파생결합증권(DLS) 규모가 1조 원을 넘긴 가운데, 실제로 원금 손실이 확정된 ELS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ELS 17784회' 만기일인 지난달 27일 최종 수익률이 -10.00%로 확정되면서 잔액의 90%를 상환했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해당 ELS는 홍콩H지수(HSCEI)와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작년 3월 27일 발행됐다. 만기 시점에 이들 지수가 최초 기준가격보다 각각 15.71%, 16.01% 떨어지면서 원금 손실 조건인 '10% 이상 하락'에 진입해 확정 손실을 냈다. 이 ELS의 미상환 잔액은 총 2억300만 원으로, 투자자들은 원금에서 2000만 원 이상의 손실을 본 셈이다.
KB증권에서도 'ELS 846회'(잔액 1억4700만 원)와 'ELS 847회'(잔액 8000만 원)가 7일 만기 시점에서 각각 원금의 10.00%에 해당하는 최종 손실을 냈다. 이 중 846회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 847회는 SK텔레콤과 LG생활건강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작년 4월 5일 각각 발행됐는데, SK텔레콤 주가가 발행 시점보다 20% 이상 하락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품 규모가 이미 1조5000억 원을 넘기고 있어 향후 투자자 손실 확대 가능성이 우려된다.
지금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국내외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주가 또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고 투자자에게 공지한 ELSㆍDLS는 모두 1084개로 이들 상품의 미상환 잔액은 총 1조5116억 원에 이른다.
이중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만 ELS 56개(잔액 758억 원), DLS 36개(잔액 436억 원) 등 총 92개, 1194억 원어치에 달한다. 올해 내에 관련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 반등하지 않을 경우 피해가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삼성증권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발행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연계 DLS 중 조기 상환된 종목을 제외한 총 664개 종목 3980억 원어치 중 562개 종목(85%) 3100억 원어치(78%)의 지난달 기준 평가수익률이 -60% 이하로 집계됐다.
또 작년 1월 이후 발행된 공모형 ELS 중 조기상환을 제외한 미상환 상품의 기초자산별 수익률은 평균 -30% 안팎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ELSㆍDLS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최근 발행량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발행된 ELSㆍDLS는 총 1431개, 4조4134억 원 규모다. 작년 월평균(1737개, 7조8612억 원)보다 개수는 17.60%, 금액은 43.86% 각각 감소했다.
이중 DLS(104개) 발행금액은 5460억 원으로 지난 2014년 1월(4973억 원) 이후 6년 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ELS 발행금액도 3조8674억 원으로 2018년 12월(2조8373억 원)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이에 대해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월 세계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면서 ELS 등 발행이 크게 줄었다"라며 "국제 유가가 역사적 저점을 경신하며 폭락하자 원유 연계 DLS도 기존 발행물량의 대부분이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투자수요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ELS·DLS 등 시장은 '사면초가' 상태"라며 "발행사 입장에서는 경쟁 심화와 수익 악화로 관련 사업 자체를 고민할 정도로 생존경쟁의 위기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