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 금융지주 올해 실적 추정치가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있다.
9일 금융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ㆍKB금융ㆍ하나ㆍ우리금융의 올해 순이 익은 총 10조6760억 원으로 추정된다. 연초 전망치(11조4555억 원)와 비교하면 석달 만에 7%(7795억 원) 넘게 깎였다.
초저금리와 대출규제,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 등을 반영해 목표 실적을 보수적으로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를 뒤흔드는 코로나 쇼크가 금융까지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에 추정치가 더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이 줄은 곳은 하나금융이다. 올해 예상 순이익은 2조1661억 원이다. 연초(2조3644억 원)와 비교하면 10.7%나 하향 조정됐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화폐성 환산 손실이 발목을 잡고 있다.
'리딩뱅크' 신한금융의 순이익 추정치도 3조4289억 원으로 석 달 만에 5.9% 깎였고, 그 뒤를 바짝 쫓는 KB금융 역시 3조1591억 원으로 같은 기간 4.7% 낮아졌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지주 체계를 갖춘 우리금융은 1년 만에 '2조 클럽'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올 초까지만 해도 경자년에 2조1103억 원 순이익을 거둘 거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지만, 현재는 1조9220억 원으로 5.7% 깎였다.
'제로금리'로 순이자 마진(NIM)이 하락한데다, 주식ㆍ채권시장 변동성 확대에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비이자 수익(수수료)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증권 자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현재 법정 공방 중인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책임이 명확해 지면,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거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조ㆍ3조클럽'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NIM은 15bp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9~17%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쇼크를 빚으로 견디는 기업이 늘면서 대출 성장률이 실적 하락을 방어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건전성 악화 우려를 키우는 '양날의 검'이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출성장률이 4%를 넘을 것으로 보여, 이익방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도 "실물경기 위축으로, 건전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