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해외 명품은 ‘불패’

입력 2020-04-09 15:01 수정 2020-04-0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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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봄 세일 전체 매출 전년비 15% 줄어도 명품은 품목별로 최대 두자릿수 성장

# 서울에 사는 회사원 정 모씨(40)는 최근 퇴근 후 회사 인근의 서울 소공동의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았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백화점 매장에 손님이 없어 텅 비었다는 기사를 보고, 오랫동안 사려고 찜해뒀던 루이비통 핸드백을 살 생각이었다. 내심 쾌적한 쇼핑을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이 매장은 평소와 별반 다름없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며 대기해야 했다. 달라진 점은 손님들이 다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점뿐이었다.

봄 정기 세일에 들어간 백화점들이 코로나19로 고전하는 가운데 수입 명품은 나홀로 선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3일부터 7일까지 봄 정기 세일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이 전년 세일(3월 29일~4월 2일)보다 15.4% 하락했다고 9일 밝혔다. 여성패션 -34.6%, 남성스포츠 -17.5%, 잡화 -17.3%로 매출 감소가 이어졌다.

하지만 해외 패션 매출은 4.7%로 소폭 신장했다. 세부적으로는 최상위급 브랜드가 속한 ‘해외부티크’는 전년 대비 5.4% 늘었고, 최상위급 시계ㆍ보석 브랜드가 속한 ‘해외시계 보석’ 카테고리는 27.4%나 뛰었다.

다른 백화점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여성패션(-22.3%)과 남성패션(-11.5%)이 발목을 잡아 전체 매출은 12.6% 떨어졌지만, 명품 매출은 5.3% 상승했다. 특히 쥬얼리 매출은 28.7% 치솟았고, 으뜸효율가전 환급과 혼수 수요가 맞물리며 가전을 포함한 리빙 매출도 8.8% 올랐다.

신세계백화점도 전체 매출은 15.4% 추락한 가운데 명품은 0.8%로 선방했다. 이 가운데 럭셔리워치 관련 매출은 2.0% 상승했다.

▲봄 세일 간판이 내걸린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매장 입구. (연합뉴스)
▲봄 세일 간판이 내걸린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매장 입구. (연합뉴스)
명품은 수백~수천만 원에 이르는 고가 상품이 주를 이루는 만큼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려는 경향이 높아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데다 충동 구매보다 계획된 소비가 많다는 이유도 있다. 실제 롤렉스나 샤넬 등 일부 모델의 경우 매일 매장에 방문하거나 전화로 재고를 파악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한다.

혼수로 핸드백이나 시계를 구매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매출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올봄 결혼 예정이던 소비자들이 결혼 일정을 가을 이후로 연기하면서 수요가 집중됐다는 설명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소리심리 위축으로 백화점 전체 방문객은 다소 주춤하지만 명품 브랜드를 찾는 고객 수는 큰 변화가 없다”면서 “신제품이나 한정판 명품을 사기 위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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