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경력단절로 여성들 큰 고통”…황보 “경단녀 지원 더 확대돼야”
배 “비혼여성에 대한 지원 부족”…최 “젠더폭력 방지 법제도 마련”
이 “남성 중심 정치현장 바꿔야”…김 “정당 차원 여성인재 육성을”
부산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도전은 상징성이 크다. 19대 총선에서 여성 지역구 국회의원 1명을 배출했지만, 20대에는 전무한 부산은 여성 정치인의 ‘불모지’기 때문이다. 8년이 지난 지금 부산 유권자들은 새로운 정치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부드럽지만 강한’ 여성 의원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다.
각 당 대표주자이자 여성이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부산 선거에 뛰어든 여성 후보자는 총 6명이다. 민주당에선 강윤경 수영구, 배재정 사상구, 최지은 북강서구을 후보가, 통합당에선 김미애 해운대구을, 이언주 남구을, 황보승희 중구영도구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투데이가 7일 인터뷰한 6명의 부산 여성 후보자들은 유세 일정으로 한자리에 모이기엔 한계가 있어 가상 좌담회를 가져봤다. 이들 대부분은 현 여성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력 단절’과 ‘일과 양육의 병행’을 선정했다.
강윤경 후보는 “경력단절여성 중 50% 이상은 5년 이상의 경력단절 기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이로 인해 임금, 지위, 안정성 측면에서 질 낮은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노동시장에서 구인-구직 ‘미스매치’가 너무 심각하다”면서 “결과적으로 구직자는 구인처의 요구에 따라 본인의 희망직업, 임금 등을 하향 조정해 취업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재정 후보는 “성차별적인 고용·노동 구조를 개선하려는 정책 의지가 부족하다”고 동의했다. 배 후보는 “여성 정책은 ‘기혼 유자녀 여성’만을 대상으로 정책을 설계한 경우가 많다”면서 “여성정책 다수가 ‘엄마의 마음’을 강조하거나 ‘맘(mom)편한’만 부각하고, 정책 분야도 돌봄, 보육, 육아에 치우쳐 있다. 여성을 출산대상으로 한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미애 후보는 “저 역시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워킹맘’으로서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어 애태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이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가로막는 요인이고, 여성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이 나온다”고 거들었다.
배재정 후보는 “현실 반영 정책을 내놓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여성을 ‘동등한 시민주체’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여성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데, 비혼여성 대책 아닌 출산장려 정책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책을 입안하는 고위직 다수가 남성인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김미애 후보는 “지난 10년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13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92명으로 세계 꼴찌 수준”이라며 “단지 예산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현실적 진단을 했다.
강윤경 후보는 이를 위해 현재 ‘경력단절여성 등 경제활동 촉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 대상자가 되는 여성 범위를 확대해 경력단절 조기 개입을 예방해야 한다”면서 “산전후휴가 사용 확대, 육아휴직확대, 국공립보육시설 확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 정책 지원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최지은 후보는 “‘n번방’ 사건에서 보듯 불법촬영 및 온라인 혐오 등 젠더폭력 해결을 위한 법적 제도 등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으며, 황보승희 후보도 “경력단절 여성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해서 여성 정치인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언주 후보는 “아직은 남성 중심의 정치현장에서 여성 정치인이기에 겪었던 어려움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최지은 후보는 “우리 세대를 비롯해 여성계가 큰 잠재력이 있는데, 그 기득권을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사회문제를 비롯해 정치에서도 참여의 폭을 넓혀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재정 후보는 “선거법에 여성공천 30% 할당제를 명시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현행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윤경 후보는 “여성할당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위반할 시 선거보조금 삭감 등 의무제 도입이 시급하다”면서 “여성 후보를 많이 공천할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배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김미애 후보는 “일각에서는 역량과 지명도, 본선경쟁력 등을 거론하며 여성 후보를 찾기 힘들다고 하지만, 일단 기회를 줘야 경쟁력이 생긴다”면서 “정당 차원에서 여성인재를 키우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