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및 기업의 은행대출이 사상 최대폭으로 늘었다. 가계는 주택매매와 전세거래 증가에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여전한 가운데,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소위 동학개미운동이 영향을 미쳤다. 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정부가 지원을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낸 데다, 기업들도 미리 자금을 확보하자는 선수요가 맞물렸다.
부문별로 보면 주담대가 6조3000억 원 늘었다. 직전달에도 7조8000억 원 증가해 2015년 4월(8조) 이후 4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1월 각각 6000호와 2만1000호에 이어 2월 각각 8000호와 3만2000호를 기록한데다, 서울 전세거래량도 같은기간 각각 1만 호와 1만1000호를 보이면서 관련 자금수요가 꾸준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2 안심전환대출에 따라 비은행 대출이 은행대출로 대환한 수요도 8000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일반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3조3000억 원 증가해 2018년 10월(4조2000억 원 증가)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확산)에 따른 주가 폭락에 개인들이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선 때문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3월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전월 대비 11조8705억 원 증가한 43조829억 원을 기록했다. 증가폭과 잔액 모두 금투협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6월 이후 최대치다. 개인의 코스피와 코스닥 순매수 규모도 2월 6조 원에서 3월 12조7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은행 기업대출은 18조7000억 원 증가한 901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증가폭과 잔액 모두 2009년 6월 통계집계 이후 최대규모다.
부문별로 보면 대기업은 10조7000억 원, 중소기업은 8조 원씩 증가해 역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중소기업 중 개인사업자대출 증가규모도 3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기업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은행 범위는 다르지만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코로나 관련 기업지원 실적을 보면 2월 7일 이후 3월 30일까지 기업대출 실적은 7조 원에 달했다. 기업 역시 자금수요 증대와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대출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과장은 “주담대는 정부의 12·16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인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고가 아파트의 주택과 전세 관련 자금수요가 꾸준했다. 또, 서민형안심전환대출 대환도 영향을 미쳤다. 기타대출은 직장인 신용대출이 어렵지 않다 보니 개인들이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선 것 같다. 개인의 주식자금 예탁금이 늘어난 것으로 봐도 그렇다”며 “기업대출은 코로나 관련 자금수요가 증가한 데다, 정부나 금융권에서도 각종 지원책을 많이 내놓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계대출은 주택시장 상황이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다만, 3월 경기도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보면 3만 호를 넘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에 따른 대환대출도 계속될 예정이다. 4월 증가규모가 3월보다 많다 적다로 말할 순 없겠지만 은행 가계대출이 크게 축소될 것 같지 않다”며 “기업대출 역시 코로나19 관련 자금수요가 이어지고 정부 지원책도 본격 실행될 것으로 보여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 같다. 다만 3월 대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증가규모가 더 커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