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두산 일가의 사재 출연은 물론 그룹 전반 수직계열 구조 해소 등에 이어 최후의 수단으로 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가 안 될 경우 대주주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한 만큼 고강도 자구안이 나올 가능성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8일 금융권 및 재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이르면 이번주 내에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자회사 뿐 아니라 모회사까지 그룹 전반이 자구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요구에 맞는 자구안을 제출해야 한다.
우선, 불황속에서 허덕이며 부채규모도 어마어마한 두산건설 매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며 두산중공업에서 알짜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을 떼어 내며 수직 계열 구조를 끊어내는 방안에 힘이 실린다.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구조를 해소할 경우, 두산중공업의 재무 위험성이 자회사로 전이돼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우량 기업을 유지하게 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통해 보다 원활한 자금조달도 가능해진다.
채권단 역시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손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이 두산중공업에서 분리돼 ㈜두산과 합병되면 두산중공업 아래에는 100% 자회사인 두산건설만 남게 된다.
다만 이 경우 두산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이 50% 이상이면 지주사로 강제 전환된다. 현재 ㈜두산이 자회사 지분을 4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산인프라코어를 자회사로 거느리게 될 경우 지분가액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회사 지분을 40% 이상(상장사는 20% 이상) 소유해야 하는 지주사 체제 규정으로 엄청난 비용 부담이 생긴다.
구조조정 칼날은 ㈜두산으로도 향하고 있다. 비핵심은 물론 핵심 자회사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우선 유통 등 비핵심 부문 사업을 매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회사가 어려울 경우, 핵심 사업부만 남겨두고 정리하는 게 일반적인 구조조정 절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을 철수한 ㈜두산은 현재 두타몰을 운영하고 있다.
최후의 보루로 핵심 자회사인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등의 지분 매각안도 거론된다. ㈜두산은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지분을 각각 16.78%, 16.78%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전지박 업체 두산솔루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700억 원, 영업이익 10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34%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대세인 5G용 하이엔드 동박,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지박 등 전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인 결과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전지박 시장은 앞으로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민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두산솔루스는 동박·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등 캐시카우에 신규 성장동력인 전지박을 더한 우량한 사업구조를 갖춰 중장기 성장성을 주목할만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2년 연속 수주액 1조 원대를 달성한 두산퓨얼셀 역시 연료전지 사업 등 그룹의 신사업을 꾸준히 성장시키고 있다.
㈜두산의 배당 감소세도 유지될 가능성도 크다. 앞서 ㈜두산은 지난달 11일, 3월31일 기준으로 분기 배당을 위한 주주명부를 폐쇄한다고 공시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 사업 정상화 이전에는 ㈜두산 배당 감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두산그룹이 전체 임원에 대한 30% 임금 반납을 결의했지만 채권단은 오너가의 사재 출연을 포함한 보다 더 파격적인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이 마련 중인 경영 정상화 방안은 이르면 이달 말 어느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