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에서 1조 원의 자금을 수혈받은 두산중공업의 자구책으로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의 분할ㆍ합병 방안이 거론됐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제출할 자구안을 마련 중이다.
채권단은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손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위기에 빠진 모회사 아래에 알짜 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이 남아있으면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이유다. 두산중공업의 재무 위험성이 자회사로 전이되면 이들 회사의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 때문에 채권단은 ㈜두산에서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를 두산중공업에서 떼어내는 방법으로는 두산중공업을 분할한 뒤 합병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리한 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지분을 투자회사에 두고, 투자회사를 ㈜두산과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이 실현되면 두산중공업 밑에는 100% 자회사인 두산건설만 남게 된다.
분할합병은 두산중공업이 두산엔진을 매각할 때 사용한 방법이다. 2018년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을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나눠 사업부문 지분은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투자부문을 흡수합병했다.
이 밖에도 자구안에는 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 삭감 방안이 들어간다. 여기에 두산 일가의 사재 출연이 포함될지도 관심사다.
나아가 두산중공업 석탄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채권단의 후속 조치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산은과 수은은 경영자문역을 두산중공업에 파견해 지원한 자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관리한다.
산은은 '기업경쟁력 제고지원단'을 신설해 기업금융부문의 두산그룹 담당팀을 불러들이고 일부 인력을 충원해 운영한다.
수은도 기업금융부의 두산중공업팀이 기존 기업구조조정단으로 옮겨갔다.
채권단이 두산중공업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고 관리 강화에 나서자 일각에선 대규모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가 안 된다면 대주주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만큼 고강도 자구안이 나올 가능성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