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연령대로 청년을 호명하는 게 어떤 의미일까 싶어요. 어떤 부분을 호명하느냐에 따라 같은 청년 안에서도 엄청 부자인 사람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고요. 또, 시스젠더(Cisgender·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인 사람도, 트랜스젠더인 사람도 존재한단 말예요. 어떤 부분을 호명하느냐에 따라 청년이란 게 의미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서 사실 전 단언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아요.”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2번 장혜영 청년선대본부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진행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세대 명칭’이란 기표를 통해 흔히 이뤄지는 세대 담론에 100%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이같이 내비쳤다. 다만, 그는 “부와 자산의 세습 불평등에 대해서 청년 세대를 호명하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는 청년 세대를 대변할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풀어나갔다. 장 후보는 “흙수저를 넘어 무(無)수저 청년들, 이는 사실 저 자신”이라면서 “이들은 부모에서 받은 것 없지만, 10만 원, 20만 원 모아서 고시원 방 사이즈를 넓혀간다. 이러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의 문제를 대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고 소외 시 되기 쉬운 청년 계층에 대해 언급했다.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같이 살아나갈 수 있을까’란 고민이 2020년을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여긴다”고 했다.
사실상 장 후보는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권으로 오는 5월 30일부터 시작되는 21대 국회의원으로서 금배지를 달고 법안 발의 권한을 쥐게 된다. 장 후보는 ‘당선권’이란 말에 손사래를 치며 “사실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게 익숙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10월 정의당에 입당한 이후 5개월이 지난 그는 기득권 정치인에 대한 염증을 드러내며 “매일매일 말 잔치를 벌이는 이들을 접하며 환멸하지 않는 게 사실상 힘들다.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버젓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성착취에 공분하지만, 정작 이를 위한 국회는 총선 후로 미루는 등 앞뒤 안 맞는 행동을 본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사당을 손으로 가리키며 “국회의 시간은 왜 이렇게 느리게 가는지, 저곳의 중력만 다르지만, 몹시 막강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희망을 대표해야 할 미래 정치인으로서 그는 “기성 정치인들도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 텐데 , 그렇다면 ‘왜 어느 순간부터 동화돼 무엇을 체념했길래’ 싶다. 그렇다면 저는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불평등에 노출된 이들과의 삶에 떨어져 있지 않고, 목소리를 듣는 공간”이라면서 “그렇다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영원히”라며 다짐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청년 정치인으로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더 많은 청년이 정치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꼽았다. 그는 “(앞으로 청년 세대는 ) 글을 읽고 쓰는 방법을 배우는 것처럼, 권력을 읽고 쓰는 방법을 배워서 이를 현실 정치에 선용한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로 등록된 20대, 30대는 6.4%에 머물렀다. 여야 모두 ‘청년 후보 공천’ 마케팅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공염불에 그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등 주요 3당의 20~30대 지역구 후보는 28명으로 4.7%에 그쳤다. 비례의 경우, 35개 정당, 총 312명의 비례 등록을 한 후보 가운데 20대, 30대 청년 후보는 총 48명으로 15.39%에 불과했다. 3당 비례대표 후보자 115명 가운데 당선 안정권에 배치된 청년 후보는 10명도 안 된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정의당이 총선 비례대표 경쟁명부 중 청년 몫으로 1번, 2번, 11번, 12번, 21번 또는 22번 등 총 5개를 할당했다.
그는 “정의당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인데, (정의당 청년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헤집어놓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구체적인 공약으로는 △ 정의당 1호 공약인 청년 기초자산제 △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동한 전·월세 상한제 등을 언급하며 “정의당이 공약이 청년 공약과 연결된다”고 소개했다.
장혜영 후보는 특히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법에 규정되어 있는 ‘최저주거 기준’을 개정하는 공약을 꼽았다. 그는 “고시원, 쪽방 등 기존에 주택이라 규정되지 않는 것이라도 주택 기준을 충족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최악의 주거 조건이라도 이러한 기준을 지킨 집이어야만 집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자원을 들여 가져가야 할 부분이며,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장혜영 후보를 필두로 정의당 청년 후보들로 구성된 청년선거대책본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정의당이 보인 태도를 반성한다”고 공개 사과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정의당 차원에서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사실상 찬성한 반면, 청년 후보들이 ‘조국 전 장관의 임명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며 기존의 당 입장을 바꿔서 내놓은 것이다.
이번 청년 후보들의 움직임에 대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반응을 묻자 그는 “이 정도의 신뢰는 있다. ‘(청년 후보들이) 정의당의 이름 걸고 하는 정치인으로서 말과 행동 등을 공통으로 공유한다’는 당 차원의 믿음이 있기에 이러한 활동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앞서 심 대표는 “우리 당원 중 특히 청년 당원들은 조국 장관에 대한 다른 의견이 많이 있고, 저는 당내 청년들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이를 언급하며 장혜영 후보는 “심 대표님의 말처럼 당내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건 건강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며 “이는 제 생각과도 통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정당별 청년 정치의 나이 기준을 살펴보면 △ 더불어민주당 청년후보자 만 45세 이하 △ 청년당원 만 45세 이하 △ 미래통합당 청년 만 45세 미만 등으로 규정했다.
반면 정의당의 경우, 만 35세로 비교적 좁게 규정하는 점을 들어 장혜영 후보는 “이 기준의 세대를 들여다보아야 가치 있는 건 양극화의 축소판이자 우리 사회가 겪게 될 불평등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양적으로 누적된 것이 질적으로 세습 불평등이 되기 시작했다”며 “지금 풀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지 예측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청년 세대가 노인 세대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청년, 여성 등을 분리해 각자 풀면 어려운 느낌이지만, n차방정식으로 같이 풀어나가고 싶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