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에 지역경제 심리가 새파랗게 질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도권과 관광지역인 강원·제주권,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했던 대경권(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이 크게 위축됐다.
30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일명 골든북) 2020년 3월’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중 전 권역에서 경기가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천지로 인해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했던 대경권 경기는 큰 폭으로 악화했고, 수도권을 비롯한 강원권, 제주권, 호남권도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생산은 모든 권역에서 전 분기보다 부진했던 가운데 대경권은 휴대폰과 철강, 자동차부품을 중심으로, 강원권은 의료기기, 시멘트, 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수도권은 자동차와 디스플레이가,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부울경)은 자동차와 석유화학·정제 등을 중심으로 소폭 감소했다.
서비스업생산은 각종 시설·사업장 휴업, 외출 자제, 개학 연기 등으로 전 권역에서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운수업, 교육 및 여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크게 부진했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에서는 해외 항공노선 축소로 여객운송이 크게 감소한 운수업과, 학원 휴업,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에 따른 다중이용시설 기피로 교육·여가가 충격을 받았다.
관광지가 집중된 제주권과 강원관도 단체관광 예약 취소와, 외국인 내방객 급감, 따뜻한 날씨에 따른 겨울축제 부진, 여행심리 위축 등으로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 레저, 운수업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경권 또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휴업으로 백화점과 전통시장 등이 크게 부진하면서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 레저, 운수업이 크게 부진했고, 대면거래 기피로 거래가 감소한 부동산도 큰 폭으로 줄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코로나19의 국내 상황에 진정 조짐이 있지만, 글로벌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경기하방압력 증폭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생산의 경우 대경권은 대중국 수출 부진과 국내외 수요 둔화로 섬유와 철강의 부진 정도가 심화할 것으로 조사됐다. 호남권과 강원권도 각각 석유화학·정제와 철강, 의료기기와 시멘트를 중심으로 감소세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수도권은 반도체와 의약품이 각각 메모리반도체 수급 개선과 수출 확대로 소폭 증가하겠지만, 자동차와 디스플레이가 부진하면서 전체적으로 1분기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서비스업은 동남권과 호남권, 강원권, 제주권이 물동량 감소와 항공여객 위축, 관광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봤다. 수도권과 충청권, 대경권은 1분기 수준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 또한 소비심리 위축, 외출 자제 등으로 자동차, 의류·화장품, 운동·레저용품 판매가 급감하면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광주형일자리 관련 생산시설 구축 등 영향을 받은 호남권이 소폭 증가했으나, 수도권 등 나머지 권역은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숙박업 등 업황 악화로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건설투자는 수도권과 호남권이 민간부문 부진에 소폭 감소한 가운데, 나머지 권역에서는 공공부문 토목건설이 민간부문 부진을 상쇄하면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수출은 호남권이 글로벌 수요 부진에 석유화학·정체, 철강을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나, 수도권은 기계장비와 디스플레이, 대경권은 휴대폰 및 부품, 철강을 중심으로 소폭 감소했다. 동남권은 자동차와 석유화학 감소를 선박과 기계장비가 만회하면서 전체적으로 전년 동기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충청권은 반도체와 담배를 중심으로 소폭 증가했다.
서원석 한은 지역협력실장은 “2월초까지만 해도 좋아지던 상황이 코로나19로 돌변했다. 모든 권역에 걸쳐 악화했다.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전망도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골든북은 한은의 15개 지역본부가 권역 내 업체 및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최근 지역경제 상황을 기술한 보고서다. 이번 자료는 올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실시했다.